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비령 Nov 28. 2024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부모가 되기 전엔 몰랐었다. 제아무리 싱글인 돌싱이든, 결혼을 안 한 상태의 미혼,비혼모(부)이든, 단란한 가정을 꾸린 양부모 가정이든, 아이를 위한 온전한 자식애(愛)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 사랑의 크기를 저울질 한다든가,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태도나 양육의 자세가 다르다면 그건 안 될 일이다. 어른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난민의 아이라 할지라도 연민이 들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어찌 제 새끼를 두고 냉정한 마음을 먹는단 말인가. 


감히 타인을 탓할 계제는 못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낳은 부모라면. 아이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제 뱃 속에 잉태된 생명을 탯줄로 연결하여 직접적으로 아이를 낳았지만, 아버지는 생명이 잉태될 씨앗을 주고 그 씨앗이 자라나 성숙해가는 과정을 보며 경이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을 가슴으로 낳는다.



세상의 모든 부모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자식이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나, 세상에 상처받을 일 없이 무탈하고 행복하게
누구보다 잘 살아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식이 잠든 모습을 곤히 바라보게 되고, 내 새끼가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비록 적은 월급이나마 내 새끼 맛있는 한끼 식사를 사주기 위해 직장에 출근할 것이고, 자신은 비록 유행지난 남루한 옷을 몇 년째 입더라도, 잠깐 입을 자식의 옷은 신상으로 준비해주고 싶을 것이다. 멋있는 곳, 맛있는 곳, 재밌는 곳을 발견하면 '아이와 함께 와야지' 싶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자식이 조금 아프리라도 하면 큰 일 난 것처럼 가슴이 조마조마 할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면 그 작은 체구에 큰 가방을 메고 교문을 들어서는 모습에 눈물이 날 것이고, 중학교에 교복을 입고 입학식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벌써 많이 컸네' 싶어서 눈물을 감출 것이다. 
입시를 치루는 것을 볼 때면 대신 해주고 싶을 것이고,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거나 직장에 취업을 했을 때면, 세상 모든 상을 다 받은 것처럼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계속해서 그럴 것이다. 자식이란 그 존재 자체가 나의 모든 것이니까.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김현승 시인의 시가 있다. 여기에 '부모의 마음'에 대한 힌트가 있어 가끔 들여다보곤 한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그렇다. 작가의 표현처럼 바깥에서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든, 세상 모든 아버지는 집에 오면 아이들의 영웅이 된다. 그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하며,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그 눈물을 티내지 않고 굳건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외롭다. 그러나 행복하다.


그리고 아무리 힘든 세상일 지언정, 어린 것들의 피로 씻김을 받아 정화되고, 또 다음 날 새벽에 집밖을 나설 용기를 얻는다.


싱글 맘은 엄마이지만 아빠이기도 하다.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래서 가장의 결정력, 책임감, 실행력을 두루 갖춰야 함과 동시에 어머니의 자애로움도 가져야한다.

두 가지 역할을 해내야하는 버거움이 작지 않다. 그래서 때로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가정이든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은 고귀하고 강하기 때문이다. 어쩌다보니 예상치 않은 형태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지만, 아이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품고 사는 부모의 마음을 선물로 얻게 되었기에, 내일의 태양을 기대하며 살게 되었음을 감사해야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