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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 꿀 Aug 07. 2018

해외취업: 이직 물밑작업에 대하여

개발자가 스웨덴 회사로 이직한 썰 1

지난달에 4년 반 일한 첫 회사에서 퇴사한 후 이번 주에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새 회사로 첫 출근했다.

막상 현실이 되자 노력했던 날들이 너무 빨리 흐려지는 기분이라 이 곳 생활에 더 많이 스며들기 전에 조금이라도 많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새 회사로 오기까지의 지원과정으로 시작하려는데, 해외 취업은 대부분의 과정이 나라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나는 유럽 몇몇 국가, 싱가포르 및 한국 회사와 인터뷰를 봤는데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나라가 아닌 회사 프로세스의 문제였다. 스웨덴에 특화된 내용은 오퍼 받은 이후의 부분에서 덧붙이겠다.



>> 이직 물밑작업

1. 타임라인

2. 영어

3. 레쥬메

4. 링크드인

>> 회사 탐색 https://brunch.co.kr/@ggool/8

5. 어떤 회사를 원하나?

6. 회사 탐색

7. 나를 이해하는 일

>> 지원 https://brunch.co.kr/@ggool/10

8. 추천 채용

9. Cover Letter

10. 기록하기



1. 타임라인

2017년 11월 말부터 외국에 있는 회사에 지원하기 시작해서 2018년 4월에 현재 회사와 최종 계약, 7월에 첫 출근을 했다. 최종 계약까지만 4~5개월이 걸린 셈이다. 새 회사에 이직하기까지 타임라인을 적어보면,

2017년 11월 말 : 지원

(2018년)

2월 초 : recruiter interview

3월 초 : phone interview

3월 중순 : 통과

4월 초 : onsite interview, 통과하고 오퍼받음

4월 말 : 계약

6월 말 : 퇴사

7월 중순 : 출근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리크루터에게 첫 연락을 받기까지가 확실히 병목이긴 한데 그 이후 단계들도 한 달의 절반을 잡아먹기도 했다. 나의 경우 회사가 사옥을 옮기는 기간과 겹쳐서 레쥬메 스크리닝이 늦어졌다고 들었다. 또 인터뷰 날짜를 정할 때 인터뷰 준비기간 이외에도 당시 다니던 회사의 업무나 개인 일정을 고려하다 보니 1~2주 밀리기도 했는데, 퇴근하고 인터뷰 보기로 한 날에 장애가 나서 급하게 약속을 변경한 적도 있었다.

인터뷰 날짜를 정하는 방식은 회사와 단계마다 다양하다. 온라인 코딩 테스트는 대부분 정해진 날짜 안에 제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터뷰는 1) 일방적 통보 2) 자유로운 결정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회사를 다니는 상태에선 원하는 날짜를 선택하는 것이 편했다. 개인 일정뿐만 아니라 시차도 변수가 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회사에서 인터뷰 시간을 통보한다면 그들의 업무시간에 맞추기 위해 연차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유럽의 회사는 한국 기준 오후에 출근하므로 나의 저녁과 새벽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온사이트 인터뷰는 무조건 휴가를 써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두자. 일단 이직을 결심했다면 여러 회사에 지원하게 될 텐데, 온사이트 인터뷰를 두 번만 보더라도 최소 3일씩 6일이 필요하고 주말을 사용해도 4일 정도는 연차가 필요할 수 있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마지막 날까지 길게 길게 보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최종 통과하기까지는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었다. 같은 포지션으로 런던과 스톡홀름(본사) 오피스 두 군데에 지원했고 처음에는 런던 오피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두 오피스 중에 어느 곳을 더 원하냐기에 영어로 생활할 수 있는 런던이 더 좋다고 말한 뒤 인터뷰 날짜를 잡기로 했는데, 몇 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문의했다가 계속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답변을 받았고, 그래서 두 군데 모두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포기 상태였다. 무엇보다 인터뷰를 보기로 정하고 취소된 것이 처음이라 아주 무례한 회사라고 욕까지 했는데...! 한 달 뒤 스톡홀름으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아 인터뷰까지 보게 된 것이다. 결국 두 오피스의 상황 차이 때문이었다. 본사는 TO도 넉넉하고 기술스택이 다른 신규 입사자를 교육할 여유도 있는데 반해서, 작은 오피스는 그런 여유도 별로 없거니와 하필 팀을 막 꾸리는 단계라 나보다 더 시니어를 원했다고 한다. 이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오피스가 여러 나라에 흩어져있더라도 개발자 포지션은 특정 오피스에 몰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폰인터뷰도 한 번의 번복이 있었다. "잘했는데 우리는 더 시니어를 원하니 미안하다"는 메일을 받았다가 한 시간 뒤에 "다른 팀에서 시니어가 아니어도 된대, 온사이트 보자"라는 메일이 오는 황당한 경험도 했다. 인터뷰 잘했는데도 떨어뜨리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잘 되었다는 말도 덧붙여진.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짜릿한 추억이 되었지만 온사이트 인터뷰에서 떨어졌으면 평생 원수 지고 싶은 회사가 될 뻔했다.



2. 영어

주변에서 영어공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영어만 따로 공부한 적은 없다. 운좋게 어릴 때 부터 영어를 좋아해서 성적이 좋은 편이었고 미국에서 교환학생 경험이 있다. 아주 유창한 것은 아닌데 내 생각을 (어떻게든) 말하는 정도는 한다. 해외 취업에 덤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영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인터뷰에서 최소로 갖춰야하는 영어 구사력같은 조건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커뮤니케이션은 잘 했다"라는 인터뷰 피드백은 받은 적 있는데 영어에 대한 언급은 아닌 것 같고,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듣기가 복병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질문 내용을 이해해야 대화를 진행하고 코딩할 수 있다! 하지만 발음이 아주 좋은 네이티브만 인터뷰어로 만나는 것은 아니며 폰 인터뷰라면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소리가 뭉게지기 쉽다. 그러니 우리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꼭 필요하고, 여기에 인터뷰를 많이 보는 것 만큼 좋은 훈련은 없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잘 안 들리다가 인터뷰를 여러번 보면서 점점 익숙해지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자신의 언어 능력을 지레짐작하기보다 인터뷰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직접 느끼는 방식을 추천한다.



3. 레쥬메 - 추천없이 리크루터 연락받기

레쥬메는 일관되고 쉽게 읽히는 형식으로 한 장이 넘어가지 않게 작성한다. 나는

    이름, 연락처(+ 링크드인 URL) / Education / Work Experience / Skills & Interests

순서로 정리했다.

처음 작성할 때는 미국의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CV 작성 가이드를 참고했다. 요즘에는 블로그나 github page에 레쥬메를 올려두는 개발자들도 많으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Résumé는 회사 지원 용도로 한 장으로 추린 것이고, CV(Curriculum Vitae)는 학교에서 사용하고 더 길고 자세하게 작성하는데 큰 틀은 레쥬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학교에서 주는 가이드가 제일 정확하고 official 하다고 생각했고, 현실에 있을법한 학생의 레쥬메나 CV를 주는 경우가 많아 이것들도 모두 읽어보았다. 그리고 bullet을 시작하는 'Action Verbs'를 검색해보고 겹치지 않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좋은 레쥬메 쓰는 방법은 너무 많은 글이 있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겠지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외국 회사가 궁금해하는 내용만 레쥬메에 적는 것이다. 나는 이전 회사에서 총 3개 팀에서 일했고 팀별로 한 일을 구분해서 정리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보다보니 아무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 알거나 궁금해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한국과 아시아 몇몇 나라에서 꽤 인지도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외국회사1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팀 이름을 팀이 하는 일과 중요성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예를 들어 '까똑 서버 개발' 대신 '한국의 #1 앱 메신저 서버 개발'으로 적고 '까독' 대명사도 과감하게 삭제했다. 물론 까똑이 아니라 페이스북이라면 꼭 넣자. :-) 레쥬메 한 장에 몇 년의 경력을 꾸겨넣으려면 초안에서 이미 한 장이 빡빡해졌을 것이다. 여기서 그들이 읽어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만 남김으로써 readability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경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여기에는 TPS, 데이터의 양이나 사용자 수 등 객관적인 수치가 도움이 된다. 그 동안 관심이 없었다면 이 기회에 조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치는 인터뷰 전에 기억해두자, 돌발 질문을 받을 수 있고 시스템 아키텍처 인터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나는 레쥬메에 적은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해서 실수한 적이 있다. 인터뷰어가 레쥬메를 잘못 읽고 다른 종류의 수치를 TPS로 받아들여서 내가 맡은 플랫폼이 적은 TPS를 받는단 식으로 말했는데 대화에 끌려가버려 반박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곤 질답을 복기하면서, 어떻게 보면 회사에 대한 내용을 잘못 전달한 것이기 때문에 뒤늦게 리크루터 담당자에게 정정을 부탁했었다.


레쥬메는 모든 글쓰기가 그렇듯 시간차를 두고 읽으면서 계속 수정했고 외국인 친구에게 첨삭도 부탁했다. 레쥬메를 첨삭해주는 무료 또는 유료 서비스도 본 적 있다. 최근에 구직 중인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많이 생기고 있으니 여럿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완성한 레쥬메를 지원한 모든 회사에 제출했다. 한국에서 취준 할때는 회사마다 제각각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에 비하면 꽤 편하다고 생각한다. cover letter 나 자기소개서스러운 질문을 주는 소수의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 리크루팅 서비스를 통해 간접 지원했고 이 서비스들은 형식이 비슷하고 간략했다.



4. 링크드인

링크드인에는 레쥬메 한 장에 우겨넣지 못한 자세한 경력을 비롯해서 Coursera 강의를 듣고 받은 Certification도 모두 추가해두었다. 특히 Summary에는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점을 어필하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생각하는 내 장점이나 일할 때의 철학을 짧게 적었다.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링크드인 perm link URL은 레쥬메의 연락처 중의 하나로 넣었다. 'You appeared 0 searches this week' 을 유심히 보면 인터뷰 몇 일 전에 회사가 내 링크드인을 조회하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링크드인은 적어도 레쥬메와 함께 업데이트하고 여유가 된다면 나처럼 레쥬메에 녹이지 못한 개인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링크드인 메시지는 주로 헤드헌터로부터 왔는데,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헤드헌터는 거르는 추세인 것 같다. 헤드헌터를 통해서 이직한 적은 없지만 연락받은 내용을 되짚어보면, 포지션을 너무 추상적으로 설명하거나 (너랑 잘 맞고 무조건 좋은 자리다) 나는 좋은 회사에 연결해줄 수 있다는 둥 꼭 잡고 싶은 기회로 보이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헤드헌터는 메신저에서 매너있었지만 경력을 자세히 보지 않고 연락해서 적절하지 않은 포지션을 추천한 경우도 있었고 관심있는 회사와 일한다기에 답장을 보냈지만 대화가 이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링크드인으로 점점 연락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필터링에서 살아남는다는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나는 링크드인을 통해 한 군데 회사와 인터뷰를 보았다.



19th July 2018

#스웨덴 #개발자 #해외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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