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딴따라 이야기
음악을 업으로 삼고 살아오면서, 그리고 시장의 흐름을 직접 경험하며, 저 스스로도 기존의 가치관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이니까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다”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했고, “음악을 잘 만들면 언젠가 빛을 볼 것이다”라는 기대 역시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더욱 명확하게 깨달은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음악이 좋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인기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그 음악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릅니다. 그래서 음악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어떻게 하면 내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대중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마케팅과 바이럴 효과를 철저히 계획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음악을 잘 만들었으니 알아주겠지”라는 접근법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사고방식이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일 뿐,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도록 하는 과정이야말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2. 내가 좋아하는걸 ‘그 누구보다 잘해서 뜬다’라는 접근보다는, 남이 좋아하고 보고 싶어하는 주제로 만들어야만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까 말까하는 확률에 겨우 들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보다 더 잘하면 성공할 것이다”라는 믿음은 현실에서 크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를 연구하고 그에 맞춰야 겨우 경쟁의 장에 설 수 있습니다.
대중은 남들이 잘하지 않는 것, 희소성 있는 것을 좋아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트렌드는 대중이 이미 익숙하고 선호하는 방향으로 형성됩니다. 따라서, 대중이 원하는 키워드, 인기 있는 주제, 현재 소비되는 콘텐츠의 방향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내 콘텐츠를 녹여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이 업계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음악을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을 팔 수 있는 사람’입니다.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 효과적으로 기획하고 프로모션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높은 직급을 갖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결국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갑니다.
작곡가와 편곡가는 교체 가능한 부품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마케터, 프로듀서, 투자자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음악을 단순히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 세상은 단순히 실력과 능력 순서대로 성공이 보장되는 곳이 아닙니다. 음악 차트도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론적으로는 ‘좋은 음악이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 맞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누가 불렀는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가’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즉, 차트를 맹신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대중이 듣고 싶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훨씬 중요합니다.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노래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마케팅이 필수적입니다.
트렌드를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가수가 유명해졌다고 해서 그 장르가 대세라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장르 자체가 꾸준히 신인들을 배출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트로트가 유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의 트로트 시장에서 ‘미스트롯’이나 ‘미스터트롯’과 같은 특정 프로그램 출신 가수 외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약 새로운 아티스트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트로트 자체가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가수들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이돌 시장보다도 더 강한, 심지어 이 바닥 저 바닥에서 굴림만 당하다가 얻는 건 없이 나이 먹고 더 노골적으로 변한 온갖 인간 군상들이 다채롭게 모인 트로트 시장에서 자기네들과 관련된 이권도 없이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켜줄리 없습니다. 이 세상은 제품이 좋으니까 대중들이 선택해주는 게 아닙니다.
음악 시장에서는 ‘좋은 음악이니까 선택받는다’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력, 인맥, 운이 결합된 좋은 제품을 만들어 대중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바이럴을 유도하고, 대중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리에 내 음악을 놓아야 비로소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