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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어떤 노래를 선택할까?
멜로디 vs 사운드

음악 소비 트렌드 분석

by 정이안

대중들은 음악을 듣고, 특정 곡들을 선호하며 반복적으로 선택한다.

이러한 곡들은 차트 상위에 오르게 되고, 차트에 오를수록 더 많은 대중에게 노출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에게 노출되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음악이 노출되기 위해서는 프로모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광고 대행사와 협력하여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을 통해 노출도를 극대화하고, 탑100에 진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특이점이 발생한다.

마케팅 비용을 들여 일시적인 관심을 얻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유지가 어렵다. 유지가 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대중들은 단순히 차트 상위권에 있다고 무조건적으로 곡을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빠르게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지점에서 음악 제작자들은 고민에 빠지고, 분석을 시작한다.

왜 "다음 곡" 버튼을 누르는가?


멜로디가 좋아야 하는가?

사운드가 좋아야 하는가?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의견들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자면,

곡이 지속적으로 반복 재생되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보컬 음색

사운드 퀄리티

만약 지금이 1960~1990년대라면, 멜로디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당시에는 악기와 반주가 한정적이었으며, 리듬 역시 단순했기에,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가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었다. (오늘날 뻔한 멜로디라고 평가되는 요소들도, 당시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았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단순히 멜로디 하나만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현재는 음악이 넘쳐나는 시대다.

어디서든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유명 가수나 제작자들은 수많은 데모곡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곡을 무료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음악은 이제 너무 쉽게 소비되는 기호품이 되었고, 팬이 아닌 이상 음악에 깊은 의미를 두고 감상하는 시대는 점점 지나가고 있다. 대중들은 음악을 흘려듣는 경향이 강하며, 잠깐 관심을 끄는 요소가 있을 경우에만

비로소 해당 아티스트나 곡에 대해 찾아보는 식으로 소비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 60~90년대에는 음악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만큼, 개별 곡들을 미시적(微視)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거시적(巨視)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변화에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급이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쉽게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 요소는 가수의 음색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다른 가수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음색이 중요하다.

너무 흔한 음색, 발에 채일 정도로 많고 비슷한 성대에서 나오는 보컬 스타일은 대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목받기 어렵다. 특히, 음색이 먹먹하거나 개성이 부족할 경우, 대중들은 곧바로 "다음 곡" 버튼을 누를 확률이 높아진다.

보컬 음색은 변경이 어려운 요소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수는 3분짜리 노래를 부르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음악 업계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독보적인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운드는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또 다른 요소

21세기 대중은 단순한 멜로디의 힘만으로 음악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들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은 '사운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표적인 요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강렬한 베이스와 킥이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

볼륨 오토메이션과 이펙팅을 활용하여 극적인 연출을 가미한 보컬 사운드

귀를 사로잡는 색다른 음색들

이러한 요소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편곡의 치밀함은 물론이고 레코딩 엔지니어, 믹싱 엔지니어,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삼위일체가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대중들이 소비하는 주요 음악은 사운드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대중들은 멜로디만 좋다고 곡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운드가 기존의 음악들보다 떨어진다면, 재생을 지속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중요한 점은, 오늘날 사람들이 들어왔던 음악들은 대부분 수많은 자본이 투입된 '완벽한 사운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진 아티스트들이 이들과 경쟁하려면, 사운드에 대한 이해와 투자가 필수적이다.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혼란이 바로 사운드의 차이다.


콘덴서 마이크를 사서 통기타를 녹음하면, 내가 들어오던 상업 음악에서의 '샤방샤방한' 기타 소리가 날 것 같은 착각

노래를 녹음하면, 곧바로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상업 음반의 보컬 사운드가 나올 것 같은 착각

유명한 신디사이저를 사용하면, 체인스모커나 마쉬멜로 같은 소리가 당연히 나올 것 같은 착각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듣는 음악들은 수많은 자본과 기술과 인력이 투입된 결과물이다.

이러한 차이를 깨닫는 순간, 초보 음악가들은 깊은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다.

멜론 탑100이든 빌보드 TOP100이든, 기존에 대중들이 들어왔던 곡들과 비교했을 때
댐핑감, 음압, 밸런스가 부족하면, 대중들은 바로 '다음 곡' 버튼을 누르게 된다.


현재 음악 소비 방식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멜로디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현대 음악 시장에서 대중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는
보컬 음색과 사운드 퀄리티이다.

어떤 노래가 차트 상위에 오르고, 꾸준히 선택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마케팅 노출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사운드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대중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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