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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지망생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

그리고 음악인을 꿈꾸었던 그 시절의 나에게

by 정이안

음악을 업으로 삼으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남들 다 공부할 때 공부는 안 하고, 음악 한 거예요.


남들 다 하는 걸 남들 다 할 때 안 한다는 얘기는 뭐겠어요?

미래의 안정성이라는 가치를 지금 현재 땡겨다 쓰는 빚을 진 거예요


물론, 이쯤에서 누군가는 얘기할 수 있어요


“페퍼톤즈도 있고 루시드폴도 있잖아~~~”


그럼요~ 당연히 있죠~

사람 사는 곳에 완벽한 0과 100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페퍼톤즈와 루시드폴 같은 예시를 우리는 “예외”라고 불러요. 예외로 둘만큼 특이 케이스란 거죠.


저 사람들 학벌이 어떻니 저떻니 백날 얘기해 봤자, 내가 살고 있는 내 인생은 달라질 게 없다는 소리도 돼요. 스위스 공대 입학하는 사람이랑 카이스트 입학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다수면 뉴스거리나 될까요?

저분들은 명색이 음악 하는 사람인데, 저 사람들의 노래보다 학벌이 기사거리가 되는 건 왜인지 생각 안 해보셨나요?


그만큼 희귀하다는 소리인 거예요


앞에서 말했듯이 ‘음악을 한다’라는 것은 학창 시절에 공부한 나의 이웃, 동창들이 승진하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결혼하고, 애도 낳고, 연봉도 1억에 가까워질 때 생기는 삶과 생활의 안정성을 밀린 숙제처럼 미래의 빚으로 남겨두는 거예요

아무튼, 도박이라면 도박이지만, 기왕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냈고, 삶의 목적을 음악에서 찾아냈다면, 더욱이 미래의 안정성을 빚으로 땡겨서 음악을 하는 거라면, 조금이라도 잘될 확률로 실천을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래서, 순전히 제 경험에 의거해서, 18살 음악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그 당시의 나를 만나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준비했어요.

지금부터는 18 살의 저를 만난다면, 해주고픈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그때의 나를 만나서 편하게 만난다는 콘셉트로 생각을 해주시고 읽어주시기 바라요.


대학교


음악을 함에 있어서, 대학교가 중요할까?라는 생각을 할 거야.

음악은 재능과 데모곡의 퀄리티가 중요한 것인데 학벌이 왜 중요하냐라는 생각을 먼저 했겠지?

지금의 내가 생각할 때에는 대학교 중요해~

고작 학벌, 학력을 1줄 더 채우기 위해서 비싼 등록금과 학비를 내야 되느냐라고 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교를 가야 하는 이유는 말이야.

사회에 나와서 같은 산업 카테고리에서 같은 목적을 지닌 사람들을 허물없이 술도 마시고 같이 놀러도 다니면서 친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거든~ 단순하게 성적? 공부? 학벌? 취업? 이런 맥락으로만 보면 안 돼.

자~ 까놓고 말해서, 지금 현재 산업계의 중진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서, 넌 지금 당장 재능도 노력도 실력도 집안의 재산도 그저 그래. 당장 써먹지도 못할 바둑돌 같은 녀석인 거지.

그런 네가 같은 산업에서 뛰는 인맥조차 없으면 어떻게 될까?


지지리 궁상떨다가 그냥 나가리 되는 거야.


아무튼, 대학교에 나와 같이 입학한 동기들 중에 연주를 잘하는 친구

작곡을 잘하는 친구

벌써부터 산업계 전반의 인맥을 다 꿰뚫는 친구. 진짜 가지각색의 친구들이 전국구에서 다 모일거란 말이야. 그리고 그 친구들이 미래에 어떻게 성장을 할지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서 성공을 할지


아~~ 무도 장담 못해.


그런 사람들이 모인 대학교에서 네가 조금만 두각을 나타내도, 아직은 어릴 때라서 그 임팩트가 되게 강하거든. 임팩트가 세면 세수록 각인이 확실하게 돼.

나중에 학교 졸업해서 만약에 너의 대학동기가 어떤 회사의 A&R 담당자가 됐어. 그럼 그 친구가 너한테 데모곡 요청을 할 수도 있고 연주 세션 의뢰를 줄수도 있는 거야. 혹은 반대로 네가 A&R 담당자가 되어서 대학시절에 잘했던 친구에게 의뢰를 맡기면서 뭔가 빵 터뜨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


아니면 어떤 애가 로또 터져서, 가수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 물어보고 자문구하고 의뢰줄 사람은 대학교 시절에 잘하던 친구들이 가장 1 순위야.



장비


장비에 연연하지 마~ 장비는 기능이고, 음악을 잘 만드는 건 기술이야.

물론 장비가 좋으면 좋을수록 90점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할 때에 91점 92점 뭐 이런 식으로 디테일한 레벨까지 끌어올릴 순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돈이 문제잖아? 네가 가지고 있는 재화가 많다면야 장비에 연연해도 되지~~

가장 좋은 거 사서 쓰면 돼.

하지만 당장 먹고 죽을 돈도 없는데, 무슨 장비를 사던 네가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장비로는 거기서 거기일 거야.


그렇기 때문에 넌 무조건 기술자가 되어야 해. 장비를 다루는 기능자가 되려고 하지 마.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이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력과 그로 인해서 갈고닦은 기술이란 거 잊지 마.


결과와 과정에 연연하지 말고, 무조건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 발매를 해야 해.

앞으로 음악을 만든다라는 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쉬워지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

여기에 수요에 비해, 공급곡선은 계속해서 높아지겠지?

그러면 결국 음악의 가격은 0 원에 수렴하는 시대가 앞으로 네가 맞이할 미래야.

"음악을 한다"라는 행위는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같은 명함 같은 존재가 될 거라고 난 조심스럽게 예측해


명함의 목적이 뭐야?

“나 이러 이런 직책으로 이런 회사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어요~~”라는 것을 한 장의 카드로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잖아? 그리고 그 누구도 명함을 돈 주고 사지 않아.


왜?

명함이란 것은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한 초기 투자의 매개체인 거지. 그리고 그 명함을 여러 사람에게 뿌리면 뿌릴수록 혹시 모를 비즈니스 기회를 넌 잡게 될 수도 있을 거야. 유리병 속에 편지 넣어서 바다에 던지는 뭐 그런 것이긴 한데, 아무것도 안 하면 제로지만, 하는 순간 확률은 어찌 됐든 올라가겠지? 앞으로의 시대에선 그런 명함 같은 존재가 음악이 될 거야. 그리고 그 음악을 매개체로 다른 형태로 돈을 벌겠지. 공연이라던가 굿즈 판매라던가 내가 당장 생각나는 건 이 정도네.

발매가 쉬워지고 접근에 대한 허들이 낮아지고 공급이 넘쳐나는 시장인데 너의 실천에 딜레이가 걸리면 걸릴수록 넌 어마 무시하게 뒤쳐질 거야. 발매에 딜레이가 걸리면 걸릴수록 음악이 주 업종이면서도 음악을 취미로 하는 사람에 비해서, 늦어질 거야.


왜? 너의 명함을 누군가가 집어주기엔 다른 사람들의 명함이 모래사장의 모래처럼 넘쳐나거든~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그리고 무조건 결과물로 발매를 많이 해.


그것이 너의 경력이 되고 네가 살아온 증거가 될 것이고,

그 어떤 누군가가 너에게

“야 너 여태까지 뭐 하고 살았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에

적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 보여줄 수 있잖아?


‘그냥 많이 만들었어.’

‘계속 작업했어.'


이런 건 그냥 너 혼자만의 상상이야.

네 머릿속 혹은 하드디스크에만 있는 음악은

몇백 곡이 되든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해.


죽이는 작품 하나 만들겠다.

‘마스터피스를 내놓겠다’ 같은 작가정신도 대중이 마스터피스인지 아닌지를 정해주는 거지.

네가 정하는 게 아냐.

대중음악이란 것은 대중에게 공표하고 대중이 들어줄 때 그제야 완성형이 되는 거야.


죽이는 곡 만들어놓으면 언젠가는 팔리겠지라든가.

세상이 날 알아줄 때 빵 하고 터뜨려야지 같은 거 없어.

왜? 주요 소비층의 트렌드가 쉴 새 없이 바뀌거든.

세상은 네가 쉽게 사는 걸 싫어해. 가만두 질 않아

미친 듯이 달려야 제자리인 거야.


아무튼 넌 지금 당장 조금 부족하더라도 네가 처한 현재에 최선을 다 한 너의 결과물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돼.


왜?

세상 사람들은 너에게 아무 관심도 없거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타인에게 말할 때에는

무조건 눈으로 보여줄 증명이 필요하단 거 잊지 마


유명세에 휘둘리지 마

앞으로는 너의 감각. 너의 느낌. 너의 직감. 너의 귀. 너의 눈을 믿어야 돼.

유명하니까 좋겠지~~~ 라든가

유명하니까 다른 무언가가 있겠지~~ 라던가에 휘둘리지 마.

너의 직감을 믿도록 해. 그게 바로 너를 표현하는 올바른 방법이야.


포용력이 능사는 아니다.

앞으로 살면서 널 화나게 하는 사람들과 조언들이 많이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나라 사회는 모든 것들을 다 받아주어야만 성장했다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심한 것 같아. 그러니까 인내심과 참을성을 사회의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성장을 하면 할수록 포용력이라는 능력이 커져서 성인군자처럼 보이기를 원하는 것 같아. 이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참는 것만이 능사일까?

내 생각은 말이지. 포용력이라는 미담에 너를 가두려고 하지 마. 네가 받을 수 있는 정도만 받아. 그게 당연한 거 고.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도록 해. 성인군자라던가 포용력이라는 굉장히 유교적인 관점은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성인군자가 되고 싶은 포용력 있는 사람일 때라는 조건이 먼저 행해지니까 받아줄 수 있는 거지. 상대방이 미친 사이코라면, 받아줘야 할 이유가 없어.


책임 없는 문장과 말 몇 마디는 들을 생각하지 마.

진짜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과 조언과 함께, 직접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만 옆에 남겨두길 바라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것이 아냐.

내게 어떠한 형태로든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은 사람인 거야.


돈은 아주 중요해.

음악을 하고 예술을 하니까 돈을 밝히면 안 된다??? 이런 거 다 개소리야.

넌 지금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음악 하는 거야.


자본주의는 내가 한만큼 가져오거나 받는 거야. 그 어떤 사회 시스템보다도 명확하고 정확하지.

네가 1만큼 했으면 1만큼만 받으면 돼.


무엇으로?

돈으로.


근데 여기에 대고 예술이 어떻고 문화가 어떻고, 예술가가 돈 밝힌다고 지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

끊어.

네가 받아야 할 당연한 몫을 안 주려고 하는 사람이니까 당장 끊어.

바보처럼 타인이 해주는 예술가라는 말에 휘둘려서 라면 한 봉지 쪼개가면서 하루하루 연명할 바에야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되는 것이 음악을 길게 하고 싶다면 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봐.

네가 소비한 시간과 노동력만큼의 대가를 항상 받으려고 노력해야 돼.


‘내가 이런 것까지 해주면 인맥이 되겠지?’

‘공짜로 해주는 거니까 나에게 기회를 주시겠지?’


너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이런 망상들은 버려.

계약서에 적힌 조항들만이 너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보호장치야.


그리고 재능도 노력도 인맥도 물려받을 재산조차 없는 네가 허비한 시간과 노동력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최고의 자산이야.

너의 젊디 젊은 그 기운과 시간과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사람들은 세상에 너무 많아. 그렇기 때문에 네가 가진 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더 높은 기회를 얻는 답시고 그냥 허비하는 짓은 하지 마.


내가 이렇게 했던 것을 20대 젊은 시절에 가장 후회했어.

상대방이 도와달라고 하니까 그냥 도와줬고, 상대방이 좀 해달라고 하니까 그냥 해줬거든.


그래서 어떻게 됐어?

지금 이 모양 이 꼴이야.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 기로에까지 서있잖아?

그때는 부탁을 들어주고 호의로든 동정으로든 도와주면, 어떤 형태로든 다시 내게 돌아올 줄 알았어

인맥도 쌓일 줄 알았고~ 내가 베푼 호의에 누군가가 기회를 주고 작업 의뢰를 주고 할 줄 알았던 거지


응 아니야


내가 그 당시에 도와줬던 사람들은 본인이 처한 당장의 위기를 넘기고나서, 다음 프로젝트는 유명한 사람에게 맡기더라. 하나도 빠짐없이 전~~ 부.


날 도와준 건 계약서 조항들뿐이야. 이것을 깨닫기까지 10 년이 넘게 걸렸어.

굳이 내가 했던 같은 실수는 반복할 필요 없어.

계약서와 네가 소비한 시간과 노동력에 걸맞은 돈 꼭 받도록 해.


내 노래 가사에도 나오지만,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란 것은 말이야.

잘못 건드렸다가 오히려 내가 골로 갈 수 있겠다는 잠재적 공포에서 나오는 거야.

- 정이안 作 The Monster

https://youtu.be/c6rVnC9w7hE?si=EILthGaQNh4Wa3y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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