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딴따라 이야기
이 세상에는 크게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음악을 하거나 음악을 하려고 한다.
1.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 돈이 되든 안 되든 계속하는 부류
이들은 마치 오래된 전쟁터에서 계속 싸워온 병사와 같다. 음악 시장이 얼마나 치열한지,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지 몸으로 익혀왔기 때문에, 때로는 이곳이 지옥인지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 음악을 좋아했지만, 생계를 위해 대학을 갔다가 음악으로 돌아선 부류
어느 순간, 학업이나 사회의 틀 안에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하고 싶은 걸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결국, 늦든 빠르든 음악(이라 쓰고 지옥 수라장이라 읽는다)으로 되돌아간다.
3.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했다가, 어느 날 음악으로 돌아서려는 부류
사회에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면서, 차도 사고, 가정을 꾸리고, 어쩌면 평온한 삶을 누린다. 하지만 회사에서 부장, 이사, 사장에게 깨질 때마다 문득 든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살면 더 나을까?”
빠르면 20대 후반, 늦으면 40대쯤, 결국 음악(이라 쓰고 지옥 수라장이라 읽는다)으로 돌아간다.
지금까지 수많은 음악인을 만나봤고,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중에서도 음악 시장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류는, 세 번째 유형, 즉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가 음악으로 전향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대체로 회사에서 배운 논리를 음악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
하지만 음악 시장은 조직적인 회사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예를 들어, 이런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는 근무 연차가 쌓일수록 나의 권한이 커지니까, 음악판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날 알아봐 주겠지?"
"회사에서는 내가 실력을 키우고 성과를 내면 승진도 하고 보너스도 받으니까, 음악판에서도 나만 잘하면 계속 성장할 수 있겠지?"
"회사에서 영업 뛰던 경험을 살려서 음악 시장에서도 영업을 하면, 나도 저작권료 몇억 원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이 세상은 실력과 업적으로 평가되는 곳 아닌가? 음악 시장도 실력 순서대로 차트에 올라가는 거 아니야? 실력만 키우면 빌보드 1위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음악 시장에 뛰어들면, 실망만 가득할 삶이 펼쳐질 확률이 높다.
조직에 속해 일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영업을 하게 되면 보이게 된다.
1. 조직은 기본적으로 조직원들에 대한 ‘방패’ 역할을 해준다.
회사에 속해 있으면, 수많은 위험 요소로부터 보호받는다. 회사의 체계라는 것이 존재하고, 부서별로 업무가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배정받은 부서와 맡은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된다. 다른 부서의 일까지 굳이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가 되면? 모든 업무를 내가 해결해야 한다.
2. 조직에 소속될 때의 인맥은 ‘내 인맥’이 아니다.
직장인일 때는 회사에서 다양한 인맥을 쌓는다.
하지만 퇴사하고 나면? 그 인맥은 조직의 인맥이지, 내 인맥이 아니다.
음악 시장에서도 ‘업계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 것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은 다르다.
3. 자영업은 10가지 일이 있으면 10가지 모두를 직접 해야 한다.
조직에서는 각자 역할이 정해져 있지만, 자영업자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마케팅, 브랜딩, 곡 작업, 저작권 관리, 유통까지… 모든 걸 직접 관리해야 한다.
깔끔하고 좋은 재료 써서 레시피대로 맛만 좋으면,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찾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더욱이, 하루 매출 0 원이 극도로 최악의 사태라고 직장생활에서는 느껴왔는데, 유지비. 감가상각비. 월세. 인건비 생각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수라장이 지하에 있었다는 것을 자영업을 하면서 느끼게 된다.
내가 목을 잡은 곳에서 퇴직금 다 쓸때까지 찌라시 돌리고 정직하게 장사를 하면서 1년 정도 손해 감수하다보면, 단골도 생겨나고 직장생활할 때처럼은 벌겠지?
사람들은 "노래만 좋으면 자연스럽게 뜬다." 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루 100,000개 이상의 신곡이 쏟아지는 시장 (참고 기준: UCI 코드 발급 사이트로 대한민국에서 앨범을 발매하려면 무조건 등록되어야 하는 코드 발급 사이트)에서, 내 노래가 누군가의 귀에 들어갈 확률은?
한마디로 0%에 수렴한다.
내 음악이 차트에 오르거나,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되기 위해서는 운 + 인맥 + 실력 + 자본 + 마케팅 + 시대적 흐름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 요소들이 하나라도 부족하면, 내 음악은 그냥 묻힌다.
1. "내 실력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
➡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등장한 ‘연돈’ 돈가스가 만약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보자.
2. "성공할 기회라는 것은 운이다."
➡ 어린시절의 지드래곤이 출전했던 춤 대회의 심사위원이 이수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심사위원이었다면?
만약 서울 출신이 아니었다면? 혹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회조차 나갈 수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보자.
3. "재능이 있으면 언젠가 빛을 본다."
➡ 소녀시대의 태연이 전주에서 서울까지 왔다갔다하며 서울에서의 생활을 버텨줄 수 있는 집안 형편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보자.
4.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 실력이 중요하다."
➡ 영국에서 축구를 잘하면 맨유, 첼시, 아스널이지만, 소말리아에서 축구를 잘하면? 그냥 해적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 있다.
결국, 음악은 회사 생활과 같은 시스템이 아니다.
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실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해야 한다.
음악은 직장과 다르다.
직장에서 하던 방식으로 접근하면 시간 낭비, 돈 낭비, 체력 낭비가 될 확률이 높다.
기본적으로 자영업이 성공하려면
✅ 운
✅ 인맥
✅ 실력
✅ 자본
✅ 마케팅
✅ 시대적 흐름
이 여섯 가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좋은 음악을 만들면 성공한다."는 말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다.
내 음악이 누군가의 귀에 한 번이라도 들어갔다면, 그것은 그만큼의 마케팅 비용이 태워졌기 때문이다.
음악인은 자영업자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영업자로서의 감각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