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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Sep 28. 2023

13. 소박함

제2장 나에 대하여

소박함이란 꾸미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직급, 돈, 권력, 지식, 육체미 등이 있는 사람의 꾸밈을 벗겨내고 본질을 본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각기 다른 능력을 타고났으며, 남들보다 잘나지 않았다. 사실을 자각하면 잘났다고 우쭐댈 수 없다. 


좋은 대학 나온 대기업 대표이사가 좋은 실적을 냈다고 하자. 화려한 껍질벗겨본다. 혼자 잘나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대표이사가 되고 좋은 실적을 낸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부모, 형제, 직원, 고객 등에 의지하고 있다. 좋은 실적을 내려면 저렴한 가격으로 사지 못한 소비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대표이사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잠시 역할을 맡 대리인에 불과하며 대리인으로서 열심히 일할 의무가 있다. 자기가 잘났다고 나댈 수 없고 오히려 신세 진 만물에 감사해야 한다.


갈고닦아 빛나는 상태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있고, 빛을 가린 상태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다. 후자는 자연스러움에서 본성의 소박함을 찾는다. 


대교약졸(大巧若拙, 극도로 솜씨 좋으면 어설픈 것 같다)이 소박미를 강조하는 말이다. 화려한 기교와 소박한 기교 중 소박한 기교를 추구한다. 하늘의 작용을 닮았다. 은은한 작용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 같고, 자기가 한 역할을 자랑하거나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한다. 화려한 기교보다 높은 수준의 기교다. 


소박함에 다음과 같은 매력이 있다.

본질을 돋보이게 한다.’ 소박함은 기술적으로 결점이 있는 듯 허술하고, 채우지 않아 비어 보인다. 그러나 화려하지 않아 본질이 돋보이며, 자연스럽게 본질과 어우러진다.


존재감이 없어 마음이 편안하다.’ 기교 부리지 않은 것은 빛나는 존재감은 없어 질리지 않는다. 마치 찐 호박잎이나 고춧잎나물 같다. 반면, 불꽃처럼 빛나는 존재감이 있는 것들은 금방 질린다. 그 화려함은 오래가지 않고 시든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박하고 수수함이 우리의 현실이고, 곁에 있는 모습이다. 꼭 자기나 이웃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중은 소박하고 수수한 것에 감정을 이입하며, 마음을 움직인다.


조화미가 있다.’ 소박함은 화려함처럼 주변을 지배하거나 압도하지 않는다. 주변과 잘 어울린다.


'숙성미가 있다.’ 소박함의 겉은 평범하고 속은 숙성되어 부드럽다. 세월과 비바람 속에 숙성되어 담담한 맛은 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지만, 계속 씹으면 누룽지처럼 달짝지근하다. 자연스럽고 질리지 않으며 소화도 잘 돼 편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완벽함보다 약간 비어 보이는 것이 낫다. 완벽해 보이면 능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빈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므로 자기가 지친다. 또한, 남도 그런 사람과 같이 있으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절정의 맛은 평범하고 소박하며, 큰 인물은 권위의식이 없고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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