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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에서초록씨 Nov 08. 2022

느린 치타, 타키

열 살 길버트의 교육과정 발표회

"엄마, 선생님이 교실에서 직접 하래요.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는 거 말고요."

당황스러운 얼굴로 길버트가 말했다.


교육과정 발표회는 처음이었다.

교육과정? 발표회?

무엇을 발표해?


5~6주 전 알림장을 확인하는 순간, 물음표가 여러 개 생성되었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할 수 있는 '무엇'을 연마하여 보여주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버트씨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매달리는 것'을 보여주겠다 하였다.

매달릴 수 있는 모든 것에 매달리는 아이였다. 

잘할 수 있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분명했다.


그리하여,

요즘은 보기 어려운 구름사다리가 있는 놀이터를 굳이 찾아가 연습하기도 했다.

구름사다리에서의 버트씨의 모습을 영상으로 잘 담아내 제출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직접 발표하기보다는 영상으로 대체하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던 건가,

변경된 발표회 원칙에 우리는 크게 당황했다.


매달리는 것 빼고는 보여주고 싶은 게 없다며 입을 삐죽이는 버트씨에게 대안을 내밀었다.

피아노, 노래, 마술...

버트씨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러면...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는 건 어때?"


외워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읽으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제목: 느린 치타, 타키

메인작가: 버트씨 

보조작가: 버트씨 아빠

수정, 편집: 버트씨 엄마  



잠비앙이라는 작은 마을에 타키라는 이름을 가진 치타가 살고 있었습니다.

타키는 꿈이 있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동물이 되는 것이었죠.

그러나 타키는 무척 느렸습니다. 


빠르게 달리고 싶어서 고민을 하다 보니, 

잠이 오지 않았고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릴 때가 많았습니다.

타키는 더 느려졌습니다.

꿈과는 반대로, 점점, 더 느려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타키에게 달리기 대회에 대한 소식이 들렸습니다.

100일 후에 열릴 대회를 생각하니, 타키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치타 ‘제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타키를 찾아왔습니다. 

"뭐라고? 네가 그 대회에 나갈 거라고?"

제스는 타키의 건강이 걱정되어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타키의 결심이 바뀌지 않을 것을 알게 된 제스는,

주위를 한참 살피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타키, 자멩카에 사는 ‘우셰인 불트’를 찾아가.

그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분이야. 분명히 너를 도와주실 수 있을 거야.”


제스는 눈을 감고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타키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우셰인 불트가 달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는 마치 땅을 가르는 빛과 같았다고 말이죠.


타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멩카로 향했습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자멩카의 푸른 초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는 우셰인 불트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불트씨! 저를 제발 도와주세요!" 


넓은 초원에, 타키의 간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저 멀리 초원을 가르는 빛이 보였습니다.

그 빛이 타키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나를 왜 찾은 거지?"

할아버지 치타, 불트가 타키 앞에 서 있었습니다.


타키는 자신의 꿈에 대해 말했습니다. 

달리기 대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간절한 눈빛과 먼 곳에서 자신을 찾아온 노력에 감동받은 불트는 타키를 제자로 받아주었습니다.

  

“1단계! 잘 먹고 잘 잔다. 그리고 달린다."

타키는 불트를 따라 먹고 자고 달렸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2단계! 참마를 두유와 함께 갈아서 아침마다 한 잔씩 마신다. 그리고 달린다.”

타키는 불트를 따라 참마 두유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달렸습니다. 

또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불트는 특별한 훈련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마지막 3단계! 

맹수가 있는 곳으로 나간다. 그리고 달린다."

호랑이와 사자, 맹수 무리들 속에 들어가 달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타키는 불트와 함께 맹수들이 있는 초원으로 나갔습니다. 

맹수들은 불트를 보자 침을 뚝뚝 흘리며 다가왔습니다.

타키는 살기 위해 달렸습니다.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타키, 이제 돌아가야 할 때야. 너는 더 이상 느리지 않아."

모든 훈련을 마친 타키에게, 불트가 말해주었습니다.

타키는 잠비앙으로 돌아왔습니다.


달리기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타키는 한 선수를 앞질렀습니다. 

타키는 한 선수를 또 앞질렀습니다.

타키는 한 선수를 다시 앞질렀습니다.

또, 또, 또......

어느새 타키 앞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타키는 결승선을 첫 번째로 통과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느린 치타, 타키는 

빠른 치타, 타키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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