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해도, 왜 외로울까

by Nova G
우리 사이에는 틈 같은 게 생겼고, 아무것도 그것을 원상으로 돌려놓을 수가 없었소. 당신이 내게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해도 그 틈은 사라지지 않았소. 당신은 누워 있어도 잠이 들지 않았고, 나도 잠을 자지 않고 있었지만, 우리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소. 아마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말이오. 착한 사람, 그게 조금은 부당하다는 걸 아오. 내게는 내 일과 내역이 있었고, 나는 그걸로 족했지만 당신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거요. - 116p.
놀랍게도 우리는 사랑을 시작할 때와 신혼 시절에 대해서도 거의 회상하지 않는다. 제일 많이 떠오르는 생각은 우리의 역에서 보낸 조용하고 변화 없는 시절이다. 지금 내게는 최선을 다해 나를 돌봐주는 가정부가 있다. 그러나 수건 한 장을 찾을 때나 침대 밑에서 슬리퍼 한 짝을 꺼낼 때마다 나는 얼마나 커다란 사랑과 배려가 그 질서 속에, 그 모든 것 속에 담겨 있었는지를 비로소 깨닫는다. 서러운 고아가 된 느낌이 들어 목이 멘다. - 120p.


결혼하기 전, 스물다섯 즈음이었다.

일찍 결혼한 언니들과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 한 언니가 말했다.
“결혼하면 안 외로울 것 같지? 남편이 옆에 있어도 외롭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곁에 사람이 있는데도 외롭다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결혼을 했는데도 외롭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으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나는 그 언니의 결혼생활이 걱정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내가 많이 어렸었다.


주인공의 결혼생활을 읽으며 나는 그를 이기적이라고 주인공을 나무랐다. 그는 성실했고, 자기 몫을 다했으며, 겉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아내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더 이상 마음을 기울이지 않았다. 아내를 외롭게 두었다. 노력하지 않는 관계는 서서히 식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그 판단이 흔들렸다. 이 정도의 이기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방향을 바꾸듯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의 결혼생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때로는 남편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버겁다. 어떤 주제는 입을 열기도 전에 결과를 알기에 대화를 피한다. 서로의 생각은 어긋나고, 결국 남는 것은 감정의 잔여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대체로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좋아서 선택한 결혼이지만, 그 좋았던 부분이 어느 순간 가장 견디기 어려운 부분으로 바뀌어 있기도 하다. 그럴 때면 나는 차갑게 군다. 크게 다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다. 관계는 깨지지 않을 만큼만 유지되고, 그 안에서 감정은 조금씩 마모된다.

그러다 문득, 남편이 짠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 같은 사람과 살아서 외롭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럴 때면 나는 다짐한다. 내일은 조금 더 다정해지겠다고.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그 다짐은 쉽게 뒤로 밀린다. 다시 귀찮아진다. 다정함은 생각보다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실행이 쉽지 않다. 그것은 시간을 내고, 마음을 쓰고, 기꺼이 에너지를 내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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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 앞에서 오래 생각했다.

그는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야 깨닫는다. 수건 한 장, 슬리퍼 한 짝, 정리된 일상의 질서 속에 스며 있던 마음들을.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사라지고 나서야 알아차린다. 마치 고아가 된 것 같다는 그의 고백은, 뒤늦게 도착한 감정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준다.


만약 어느 날, 남편이 내 삶에서 사라진다면 나는 주인공과 같은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지금 내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무너질지도 모른다.

당연해서 보이지 않던 것들, 귀찮아서 미뤄두었던 마음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나는 아직 그 시간을 살고 있지 않지만, 이미 알고 있다.


어쩌면 지금 내가 미루고 있는 그 마음이, 나중의 나를 울게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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