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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람들

프롤로그

by 글마루 Mar 23. 2025

  내 고향은 경북 상주의 높은 재 두 개를 넘어야지 갈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한계령이나 대관령처럼 큰 재는 아니지만 해발고도가 높은지라 처음 가는 사람에게는 전설의 고향처럼 그야말로 첩첩산중으로 다가오는 곳.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재를 넘을 때 보이는 건 온통 산과 나무뿐인 마을. 

  봄이면 찬바람이 쎄하게 부는데도 버들강아지를 따러 도랑가를 뛰어다녔고, 여름이면 좁다란 도랑이 강이라도 된 양 아이들과 개헤엄을 쳤고, 가을이면 발갛게 익은 홍시를 따 배울 채우고, 겨울이면 하얀 눈속에 잠들던 마을에서 추억의 수채화를 그렸습니다.

  자연 속에서 나고 자라 자연과 함께 했던 내게 고향은 막연한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부르지 않아도 달려가고 싶었고 반기지 않아도 달려가고 싶던 고향을 평생 연모했습니다. 지금은 고향 가까이로 다가왔지만 그럼에도 눈을 감으면 아스라하게 고향의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마음에 각인된 고향의 풍경은 사시사철 멋진 풍경을 내게 선사했습니다.

  어디 자연 뿐일까요. 아랫집 구터 할아버지, 아재, 천주교회에 세들어 살다가 떠난 이들, 마을 총각과 몰래 연애하던 옆집 언니 등등 내가 자라면서 봐왔던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소설속 인물과 같습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인생을 배웠습니다. 

  이젠 거의 떠나고 몇몇 촌로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지만 내가 자랄 때만 해도 가구수가 꽤 되고 젊은이들도 많았습니다. 모두들 잘살고 싶은 꿈을 안고 상경해 이젠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같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숨결은 고향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솔길을 걷듯 하나하나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기쁨보다 슬픔이 많지만 소중한 사연들을 펼쳐보고자 합니다. 등장인물의 명예를 생각해 명칭은 가능하면 이니셜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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