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동그란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원하는 것은 뾰족한 삼각형 인간이었습니다. 삼각형의 꼭짓점에는 돈, 명예, 권력이 선명하게 매달려있었습니다.
동그란 꿈은 흐릿하고 막연해 보였습니다. 세상은 서로를 찌르는 세모난 어른들로 가득했고, 그것을 치열한 삶이라고 두둔했습니다.
소년은 세모난 어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동그란 꿈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아닌 변명이 필요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늦었다며 모험을 회피했고, 꿈을 위한 배수의 진을 거두었습니다. 대신 세모난 꿈을 강요하거나 동그란 꿈을 포기하라고 말한 어른의 헛된 목소리를 자신의 선택에 대한 면죄부로 기억에 담았습니다.
동그랗던 소년은 뾰족한 뿔이 달린 삼각형인간이 되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둥글둥글 구르며 세계의 이곳저곳을 유영하듯 즐기는 것이 아니라 꼭짓점을 향해 직선으로 내달렸습니다. 지름길이라 여긴 길 위에서 소년은 스스로를 날카롭게 갈고닦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소년에게서 솟아난 꼭짓점은 사람들을 찌르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할퀴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멈출 수 없었습니다. 세 변의 꼭짓점이 손에 잡힐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서 솟아난 꼭짓점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소년은 문득 깨달았습니다. 꼭짓점에 다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자신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돈의 점에 닿은 이들은 자신이 소화시킨 청춘을 발화시키기를 갈망하고, 탕진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돈을 소모하며 남은 생을 소비하기도 했습니다. 각각의 꼭짓점에 다다른 이는 옆의 꼭짓점을 향해 달리는 것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닿지 못한 점을 소망하느라 영혼은 더 곤궁해졌으며, 해소되지 않는 갈증에 고통받았습니다.
소년은 다시 동그란 꿈을 꾸었습니다. 다른 죽음을 보고, 삶의 유한함을 자각한 소년은 더 이상 남의 시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습니다.
소년은 숲을 걸으며 노래하고,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취향이 닮은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삶은 간결해졌지만 마음은 풍요로워졌고, 별것 아닌 일에 크게 웃고, 불현듯 찾아오는 슬픔에도 요동치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백발의 소년에게 세모난 사람들이 행복의 비결을 물었습니다. 소년은 어렴풋이 답을 알 것도 같았지만, 예전처럼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생의 끝에서 마지막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자신이 살던 곳은 선으로 이루어진 삼각형이 아니라, 스스로 행한 일이 결국 자신에게 회귀하는 동그란 세상이었다는 것을.
소년의 마지막 모습을 묻자 누군가 대답했습니다.
‘그는 웃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