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는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집을 온몸에 이고 살아갑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한 것인지도 모른 채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 평생을 살아갑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버겁지만 왜 가는지도 모른 채 아침이면 길을 나서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그저 나아갑니다. 너무 힘이 들어 생각이 없어진 것인지, 생각이 원래 없던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지치고, 집의 무게는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려 앞이 보이지 않는 날은 집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신과 똑같이 집을 이고 사는 다른 달팽이를 보면 위안이 됩니다.
달팽이의 수명은 길어야 십 년입니다. 달팽이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집을 지고 매일 길을 나서는 이유는 언젠가는 떠날 존재라는 것을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나가던 달팽이를 보던 캥거루 새끼가 어미 캥거루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달팽이는 왜 저렇게 미련하게 살아?"
새끼 캥거루는 일반적으로 일 년 정도 어미의 주머니에서 머물고, 수명은 12년~18년입니다. 엄마 캥거루가 자신의 주머니 안에 있는 새끼에게 말합니다.
"너도 엄마 말 안 들으면 저렇게 된다."
캥거루 어미는 하늘에 독수리는 없는지, 땅에 뱀은 없는지 확인 후, 세 살이 넘은 새끼를 여전히 주머니에 넣은 채 뒤뚱거리며 다시 길을 나섭니다.
“엄마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야?”
“넌 몰라도 돼. 그냥 엄마 말만 들어.”
더 이상 새끼가 아닌 자식 캥거루는 어미의 주머니 안에서 다시 잠이 듭니다. 자식은 스스로 두 발로 서지 못하고, 어미 자신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던 달팽이가 한심하듯 말했습니다.
“가여운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