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인지 본부장의 스트레스 해소의 장인지 분간이 안가는 회의의 막바지에 본부장이 인사팀장을 호출했다.
“갠 어떻게 됐어요? 아직도 출근해요?”
“네...그게...또 발령을 내겠습니다. 이번에는 전산실로 발령을 내겠습니다.”
“하여튼 독해! 대단해. 출산휴가 때도 내 속을 아주 뒤집더니 말이야.”
본부장이 잡초로 판명한 40대의 김미영 과장을 뽑아내기 위해 인사팀장은 연초부터 매달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며 망신 주기를 시도 했으나, 그녀는 결코 사표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회사 최초로 출산 휴가를 정착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또한 2번의 출산휴가 후에도 퇴사를 하지 않고 회사로 돌아와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다. 10년 전 김미영 과장이 미친 년 소리 들으면서도 결코 출산휴가의 깃발을 내리지 않은 덕분에 출산휴가가 여름휴가처럼 자리를 잡게 되었다.
“저희 부서 인력이 부족합니다. 김미영 과장 저희 부서로 발령 내주십시오.”
김 팀장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본부장과 인사팀장이 동시에 그를 쳐다본다. 본부장은 회사의 손익보다 감상에 젖은 철없는 김팀장에게 소리를 지르려다말고 자신의 본부 손익을 계산해본다.
‘김미영이를 보내면 당연히 저 부서는 손익이 마이너스 날테고, 삼사분기에는 부서 자체를 없애버리면? 오케이! 콜!’
자리로 돌아온 김팀장은 송과장에게 김미영과장의 짐을 옮기는 일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팀장님? 김미영 과장님이요? 아니. 직원을 충원해 달랬더니 누나를 모셔오시면 저는...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송과장 우리라도 그러지 말자. 김미영 과장 일이 완전히 남의 일일까? 세월호 때 세상 모두가 그만하라고 해도 최소한 부모들은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던 게 너야.”
김미영 과장은 소문과 달리 대찬 성격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업무지시에 사사건건 토를 다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능숙하게 일을 마무리했다. 소문은 과장되게 마련이며 사람은 직접 겪어봐야 한다.
김미영 과장은 가장 먼저 출근했고, 야근이 없는데도 가장 늦게 퇴근했으며 점심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김팀장은 직원의 업무시간외 활동에 일체 관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가 하는 일이 궁금했다. 그녀가 도시락을 싸오지 않아 점심을 함께 먹게 된 날, 김팀장은 조심스레 그녀에게 물었다.
“아! 그냥 내가 호기심이 많아서.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요.”
그러나 그녀는 무심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팀장님 저 글 써요. 어릴 때부터 드라마 작가가 꿈이었어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김팀장은 점심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