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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 Jun 24. 2020

당신은 부모님을 어디에 새기고 살아가나요?

다섯번째 여행 읽기


 A군은 동굴 투어에서 만난 건장한 청년이었다. 그는 투어가 끝나자 잘 아는 곱창집이 있다며 우리에게 동행할 것을 권했다. 라오스에서 웬 곱창?? 의아함을 안고 따라나섰더니 정말 현지인들만 알고 찾아갈 법한 노천 곱창집이 쾌쾌한 숯불 연기를 뿜으며 우리를 맞았다.

  그는 마치 현지인처럼 능숙하게 요리를 주문했다. 그러고는 숙소에서 만났다는 두 명의 여자 일행을 불러 소개해 줬다. 사교성 하나는 타고난 듯한 여행자였다.

  처음 만난 우리는 양인지 소인지 출처불명의 오묘한 맛의 곱창을 질겅질겅 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A군의 양팔에 짙게 새겨진 여자 초상이 그려진 문신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민둥머리에 양팔의 범상치 않은 문신을 한 A군의 첫인상은 그리 부드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사실 그가 먼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면 시선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밑으로 깔아야 할 것만 같은 강한 인상의 외모였다.

 보통 문신이라 하면 꽃이나 동물, 문자를 많이 새기는데 A군의 팔에는 세필로 그린 듯 사실적이고 정교한 인물화가 그려져 있었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저기 그려진 저 여자는 누구일까?’

문신에 대한 궁금증이 한창 커져있던 때였다.

  A군은 대뜸 '풍수지탄'이라는 사자성어를 아냐고 물었다. 고등학교 시절 유일하게 언어영역 점수가 높았던 나. '효를 다하지 못한 채 부모를 잃은 자식의 슬픔'이라는 뜻이라고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 대신 뜬금없이 그걸 왜 묻냐는 듯 A군을 쳐다만 보았다.   

  그러자 그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정말 속을 많이 썩였어요. 그러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그 이후 뭔가를 해드리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팔에 어머니 얼굴을 그렸어요”

 '.....................'

 바람 한 점 없는 식당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지금도 가끔 효를 떠올리면 A군이 문득 생각나곤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면 사람들은 가슴에 그 사람을 새긴다. 하지만 가슴이 아닌 본인의 팔뚝에 어머니의 얼굴을 생생히 새겨 넣은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는 팔에 새겨진 어머니와 항상 함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의 문신에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에 대해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택할 순 없었음에도 이어진 운명에 모든 것을 내어준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지독스럽게 이타적인 관계.

 늘 받기만 했던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드렸을까? 아끼는 마음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못난 자식이다. 그런 나의 안녕을 비는 엄마의 기도가 오늘도 먼바다를 건너 들려온다. 아빠의 응원이 불어오는 바람에 전해진다.    

 라오스 여행 중 한 곱창집에서 생각한 효의 의미는 아주 오래도록 내 마음속 울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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