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꾸 Jul 25. 2020

'여행' 어차피 못 떠난다면..

여행 읽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온 세상을, 모든 사람을, 당연했던 범사들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여행 쟁이들의 배낭과 캐리어는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어둠 속에 찌그러져있다.

이 전염병이 시작될 때만 해도 여느 때처럼 한 두 달 시끄럽다가 모든 것이 일상으로 다시 제자리를 잡을 줄만 알았다. 그래서 4월 말에 계획 해 둔 러시아 여행에는 아무 지장이 없을 거라 믿고 오래도록 취소를 미루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난 6개월 간, 세상은 상상 그 이상으로 너무도 많이 변해버렸다.

아직 세상을 알기엔 어린 4살 아기의 입에서도 "코로나 때문에"라는 말이 나온다.

생계의 절벽에 놓인 사람들 앞에서 여행을 못해 답답하고 우울해 미치겠다는 말은 사치일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도 우리도 이 상황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는 간절함만큼은 한마음일 것이다.


팍팍한 현실에서 여행이 사라지면 견디기 힘들 것만 같았다. 대체 무슨 낙으로 살아가나 하는 마음만 클 줄 알았다. 그런데 여행이 빠진 일상은 생각보다 내게 견딜만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생각만큼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먼저 많은 사람이 최근 들어 느끼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나 또한 그동안의 일상에 크나큰 감사함이 마음을 채웠다. 너무도 당연히 항공권을 예매하던 나를 떠올리며 떠날 수 있었던 금전적 여유로움, 허락된 시간, 함께 할 수 있었던 사람들. 여행을 가능케 한 소소한 모든 것들이 행운과 축복이었음을 이젠 안다.


또한 무엇보다 그동안 여행을 해오며 겹겹이 쌓아 온 추억들이 새삼 더 값지게 느껴진다. 그 추억이라도 있었기에 훗날의 떠남을 기대하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떠날 수 없는 시대를 살면서 떠남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도 아마 마음속에 저장된 여행의 기억을 되뇌고 곱씹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놀라운 축복 중 하나는 '상상과 추억' 이다. 이 능력은 어떠한 부정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보게한다. 활자를 통해 써 내려간 여행 이야기에 내 마음을 실으면 이내 곧 그곳으로 떠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포털 사이트에서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검색했다. 그리곤 그곳을 다녀온 여행자들의 여행 일상을 엿보았다. 다시 마음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예전의 일상이기에 우리는 그때까지 여행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나는 그때가 올 때까지 쉼 없이 여행을 기록하고 읽고 추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전 14화 찬란했던 그 시절을 다시 한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