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을 붙드는 것은 평가가 아니라 신념이다
리더를 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애쓰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가 있다. 팀을 위해 밤늦게까지 자료를 정리하고, 회의 준비를 하고, 뒤처리를 도맡아 해도 누구 하나 "고생했다"는 말이 없을 때 마음 한켠이 씁쓸해진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 열정이 식는 순간은 대체로 이런 때다.
예전 한대협에서 있었던 일이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한강 공원에서 체육대회를 마치고 단체 사진을 찍은 후, 모두가 힘을 합쳐 쓰레기를 정리하고 귀가했다. 그런데 다음날, 한 학생이 갑가지 활동을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이유를 전해 들어보니 이랬다. 그 학생이 혼자 멀리 떨어진 쓰레기통까지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사이, 모두가 정리를 마치고 이미 떠나 있었다는 것이다. 그를 기다려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의 서운함은 충분히 이해됐다. 하지만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인사도 없이 활동을 중단했다는 건 참 안타까웠다. 만약 그 학생이 다음날 따뜻한 미소를 띠며 "다들 날 두고 가버렸더만, 갔다 오니 아무도 없더라~" 하고 가볍게 말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다들 미안해하며 웃음 섞인 사과를 건네고, 서로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것이다. 사소한 상처는 대화 한마디로도 금세 치유될 수 있는데, 그 기회조차 사라진 것이 더 마음 아팠다.
그 학생의 행동을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일을 통해, '내 헌신을 누가 알아주지 않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됐다. 우리의 헌신이 상처로 변할 때는 언제나, 그 헌신의 목적이 내가 추구하던 '신념'에서 누군가에게 받는 '인정'으로 옮겨갔을 때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를 잊지 않는다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리더의 헌신은 본질적으로 '리더'라는 정체성에 맞는 행동이며, 넓게는 '헌신'의 행위 자체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평소 자신의 신념을 실천한 것이다. 그 신념을 우직하게 밀고 나아가고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의미가 있다. 때로는 아무도 몰라줄지라도, 그 헌신이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하며, 조직을 지탱하고, 다음 세대에게 길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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