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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잠수타는 습관을 고친 사람을 못 봤다

연락이 두절되는 습관은 생각보다 깊은 문제인 듯하다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에서 수없이 많은 대학생들과 일하며 골머리를 앓게 하는 한 부류로, 잠수를 타는 친구들이 있다. 처음 잠수를 탔을 때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다가 몇 번 더 반복되고부터는 한숨이 나오더라. 그들로 인해 진땀 나는 경험,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이 글에서는 연락이 안 됐다가 며칠 뒤에 연락이 닿는 행태를 반복하는 사람들 위주로 서술해보고자 한다.


'잠수'하면 한대협 초창기의 한 사람이 떠오른다. 그의 이름을 A라 칭하자. 한대협을 운영하는 선진교회는 당시 반주자가 없어 A가 전공자도 아닌데 신앙이 있고 반주 실력이 좋아 예배 반주를 맡게 됐다. 그 당시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의 악습관을 알면서도 워낙 사람이 없다 보니 그에게 그 역할을 맡기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그때 나 역시 신앙이 있고 성가대를 해봤다는 이유로 성가대 지휘를 맡게 됐었다. (하하하. 지금 생각해 보면 음악전공자도 아닌, 나와 그가 지휘를 하고 반주를 했으니 정말 어설프기 짝이 없었겠다.)


A의 특징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그걸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연락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정말 황당했던 순간은 오전 11시 예배가 시작하기 전까지도 그가 오지 않아 연락을 했더니 받지 않았고 결국 그날은 반주 없이 예배를 드렸다. A의 집이 교회 근처라 예배를 마치고 찾아가 보았더니 집 안에 있는데도 끝까지 나오지 않더라. 나중에 그에게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보기도 하고 피드백을 줘보기도 했지만 그의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는 지금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A 외에도 수많은 B, C, D, E.... 들이 있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었던 잠수 행태로는, 팀 활동 초반에는 열정적으로 하다가 중반부터 연락이 두절됐다가 며칠 뒤에 또 연락이 닿는 식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내가 기억하기로는) 밝은 텐션인 애들이 많았다. 활동 초반에 남들보다 두드러지게 의욕적인 친구들, 유독 제스처나 목소리가 큰 친구들이 활동 중반부터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안타까운 것은, 만여 명의 대학생들을 봐왔지만 잠수 타는 습관이 개선된 케이스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잠수를 왜 타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일대일로 코칭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줘보려고 했지만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결국 또 잠수를 타더라. 한대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남한테 관심이 전혀 없던 친구가 팀을 위하는 사람이 되고, 자신감이 없던 친구가 자신감을 갖게 되고, 회의 때 공격적이던 친구가 회의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사람이 되는 등의 변화는 많이 보았는데 잠수 타는 습관이 개선된 아이들은 생각나지 않는다. 나의 전문성과 애정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잠수 타는 습관은 누군가의 지도와 피드백으로 고쳐지기보다는 본인의 깊은 성찰과 반성이 훨씬 중요한 영역인 것도 같다.

 

나는 그래서, 내가 협업 파트너를 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습관성 잠수를 타는 사람 또는 연락이 원활하게 잘 되지 않는 사람은 선택하지 않는다. 이전에 그들과 일하며 받았던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그들이 갑작스럽게 내게 남겨준 여러 불편한 상황들... 무반주로 찬양을 지휘해야 했던 순간부터 팀장이 잠수를 타서 급하게 팀장을 새로 세워야 했던 상황, 미팅하기로 했는데 나오지 않아서 몇 시간을 통으로 날린 상황 등등..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글을 쓰며 스스로 리마인드 해본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정할 때 또는 조직을 운영할 때 그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또는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그런 사람을 선택하는 건 안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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