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쓰다- 어느 날 찾아온 자유에 대하여(3)

타인의 우주를 마주한 오후

by 백제웅

#에세이 #자아성찰 #일상의발견 #관점의변화 #낯설게보기 #타인의삶 #커피숍에서 #광화문 #깨달음 #공동체


"우리는 같은 공동체 안에서 숨 쉬고 있고 나의 일이 이들에게 보탬이 된다고 믿고 살았지만, 정작 나는 이들의 구체적인 얼굴을 본 적도 없었다. 둔탁한 껍질이 탁! 하고 깨지는 것 같았다."


평일 낮 일과시간, 사무실이 들어찬 빌딩이 대로 양쪽에 늘어선 거리. 의외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내 세계가 다인 줄 알았는데 세상은 바깥에 있었다. 눈에 들어온 모든 풍경들이 처음 본 것인 양 신기하게 느껴졌다. 강아지들은 산책 나가면 냄새 맡는 코로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던데, 내게는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가 넘쳐 났다. 너무 새로운 풍경이 넘쳐 나니 입력되는 정보 과다로 뇌에 버그가 생길 것 같았다.


다른 한편으로 신선했다. 눈이 시원했고,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신기하고 정겨웠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다 나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게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되는 듯했다. 그간 나는 어디에 갇혀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었던 것일까. 세상을 다 알고,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서는 누구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믿었던 나는 사실 나의 세계에 갇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리는 느낌…



점심식사 직후도 저녁 먹은 뒤도 아닌 애매한 오후시간에 커피숍에 들어갔다. 그것도 혼자서.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이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커피숍 2층, 놀랍게도 50개도 넘어 보이는 자리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점심모임이 끝나고 차 한잔 자리를 함께 하는 걸로 보이는 중년 남짓 단체손님,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펼치고 뭔가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사람, 두툼한 서류를 앞에 펼쳐 두고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는 정장 차림 남녀, 마주 앉아 각자의 휴대전화 쳐다보면서 데이트 중인(데이트 맞나) 커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머그컵을 앞에 두고 앉아 각자의 용무에 여념이 없었다.


커피 머그컵을 받아 들고 간신히 빈자리를 잡고 앉았다. 태블릿을 열고 글을 쓰려는데 자연스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는 사람들, 빈자리가 나자마자 들어와 자리를 채우는 손님, 손님들, 여럿이 들어와 테이블을 옮겨 가며 단체석을 만드는 교복 차림 학생들…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사연이 궁금하고 그들이 가진 인생 이야기와 생각과 하는 일이 궁금해지고 자연스레 상상하게 됐다. 뭐가 즐겁고 무엇이 고민일까, 하고 싶은 일들은 무엇일까.


이들과 같은 공동체에서 살고 있고 내가 하는 일이 국익이라는 이름을 달고 적어도 이들에게 아주 미세한 소량이 나마 보탬이 된다고 믿고 살았다. 하지만 정작 나는 구체적으로 이들을 알고 있지도 않고 본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 둔탁한 껍질이 탁! 소리를 내며 깨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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