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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 Dec 18. 2020

조팝나무 꽃에서 찾은 편안함

인터뷰 서른일곱

2017년 6월 28일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고 친구들도 만나는 평범한 삶,
평범하지만 몹시 어려운 삶을 꿈꿔요.”


서른일곱님은 이십 대 중반의 대학생입니다. 국어교육과를 다니는데 졸업하면 임용고시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동생을 가르치고,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걸 즐겼데요. 특히 국어를 좋아해서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눈높이를 맞추고 그 눈높이에 맞게 설명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과의 교감이 재일 중요하더라고요. 그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서른일곱님이 멋져 보였어요.  


서른일곱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숫자 3이라고 답했어요. 그냥 좋데요. 균형 잡히고, 평화롭고, 튀지 않아서 좋데요. 숫자 3을 보고 튀지 않아서 좋다고 말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아마도 서른일곱님은 튀는 걸 싫어하는 분일 거라는 걸 이젠 경험적으로 짐작해 봅니다. 조금 더 인터뷰를 진행해 보면 더 알 수 있겠죠.

좋아하는 색깔은 하늘색이래요. 자연의 색이라 좋데요. 특히 푸른 하늘을 보면 문뜩 버스를 타고 멀리 여행 가고 싶다고 해요. 자유롭게 걷고, 새로운 거 보는 걸 좋아한다고 합니다. 앞서 푸른색을 좋아하는 분들의 특징을 요약한 적이 있는데. 푸른색을 보고 하늘을 떠올리는 분과 물을 떠올리는 분의 차이점을 정리한 적이 있었죠. 하늘을 떠올리는 분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분이고, 물을 떠올리는 분은 느리고 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유순한 분이라고 했는데. 서른일곱님은 하늘색을 좋아하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분이셨어요. 경험을 통한 통계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고 단정은 금물.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찜이래요. 돼지고기를 많이 넣고 푹 익히는 걸 좋아한데요. 매운 것을 좋아해서 매콤하게 먹는데요.

좋아하는 동물은 강아지랑 다람쥐가 좋데요. 작고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는데. 특히 다람쥐는 가까이에서 보고 싶지만 너무 빨라 다가갈 수 없어 안타깝데요.

좋아하는 식물은 조팝나무래요. 조팝나무라니 처음 들어보는 나무였습니다. 조팝이라. 뭔가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 같기도 하고. 태평양 건너온 우아한 나무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생겼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화단에 하얀 꽃나무를 가리키며 '저게 조팝나무'라고 했어요.

세상에나. 세상에나. 서른일곱님이 알려준 나무는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도 아니고, 태평양을 건너온 우아한 느낌의 나무도 아닌 어려서부터 줄곧 봐왔던 너무너무 흔해 관심 조차 없었던 꽃나무였어요. 이름이 있다는 게 생소할 정도로 익숙한 나무였어요. 그러고 보면 제가 너무 무심했던 사람이었네요.

암튼 서른일곱님은 조팝나무의 꽃이 너무 예뻐서 좋데요. 한 여름에 눈이 내린 것 같다고. 또 하찮은 일을 노련하게 하는 직장인 같다고도 했어요. 표현이 흥미롭죠? 너무나 평범해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아무 불평 없이 노련하게 해내는 평범한 사람 같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그 외에도 들꽃들을 좋아하는데, 특히 민들레를 좋아한데요. 늘 볼 수 있어 좋고. 민들레 홀씨를 '후'하고 바람을 불어 홀씨를 뿌리는 순간이 행복한데. 민들레가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것 같아 더 좋아한데요. 드디어 찾았습니다. 서른일곱님의 진짜 모습. 서른일곱님은 조팝나무나 민들레처럼 튀지 않고 평범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죠.

10년 후에는 원하는 선생님도 되어 있을 거고.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고 친구들도 만나는 평범한 삶을 평범하지만 몹시 어려운 삶을 꿈꿔요.” 평범한 삶이 어렵다는 걸 아는 이십대라니. 서른일곱님의 마음의 깊이를 헤아리지는 못 하겠어요. 하지만 알 것 같아요. 독특한 자신만의 개성을 지키는 것과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공동체의 평범한 기준(?)을 따르려는 것 사이에서의 갈등이라는 걸. 하여 조금씩 흔들리고 비틀거리면서도 균형을 잘 잡고 자신의 길을 갈 거라는 걸 압니다.


서른일곱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저는 조팝나무를 키워드로 평범함, 튀지 않음에 대해 썼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꽃을 피우는 들꽃. 서른일곱님은 그 들꽃을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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