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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 Dec 20. 2020

튀는 게 싫어, 그래서 난 이등.

인터뷰 서른여덟

2017년 6월 24일


“꿈이 없었어요. 좋아하는 일보다 주어진 일에 맞추며 살았죠.”


서른여덟님은 오십 대 중반의 사서입니다.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했었는데요. 최근에는 문화 행사나 기획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른여덟님은 특별히 꿈이 없었데요. 좋아하는 일보다 주어진 일에 맞추며 사느라 꿈을 꾸어본 적이 없었다고 해요. 교사 스타일이라 하라는 것만 열심히 하고 살았는데. 이젠 얽매이는 게 싫데요.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고 싶데요. 그러면서 최근 꿈이 생겼데요. 어떤 꿈이냐고 물었더니 산티아고순례길을 가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서른여덟님의 꿈을 꾸게 된 계기가 궁금했습니다. 하여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숫자 7과 숫자 2라고 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데요.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긴 하죠.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서른여덟님이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어 또 물었습니다.

숫자 7을 좋아하는 이유가 행운의 숫자라 좋아하냐고. 그랬더니 오히려 숫자 2가 행운의 숫자라고 했어요.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학교 다닐 때 번호도 2였고, 수험번호에 숫자 2가 들어가면 시험에 꼭 붙었데요. 무엇보다 서른여덟님은 튀는 게 싫어서 숫자 2가 좋데요. 1등을 하면 사람들이 주목하고, 관심을 갖아 부담스러운데 2등은 그런 게 없어 편안하데요. 그래서 2등이 좋데요.

신기했습니다. 모두가 1등만 기억하고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2등이 좋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서른여덟님은 모두의 기대를 받으며 살아왔던 1등 인생이 아니었나 싶네요. 1등 인생의 스트레스를 잘 알기에 2등 인생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색깔을 물으니 꽃자주색이 좋데요. 사는 옷마다 다 꽃자주색이래요. 붉은색은 튀어서 안 좋아한데요. 뭐랄까 속이 없어 보인다고 표현하셨어요. 흥미로웠어요. 그렇다면 꽃자주색은 속이 꽉 차면서 튀지 않아서 좋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전 오히려 꽃자주색이 더 튀어 보일 것 같은데. 사람마다 기준이 참 달라서 재미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해물이라고 합니다. 조개류를 좋아하는데, 특히 조개젓을 좋아한데요. 담백해서 좋다고 하셨어요.

좋아하는 동물은 없다고 했습니다. 강아지가 귀엽긴 한데 좋아하지는 않는데요. 죽은 후 그 감정을 감당할 수가 없어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식물은 들꽃이래요. 보는 것만 좋아한다고.


서른여덟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가장 많이 하신 말이 튀는 게 싫다는 거였어요. 숫자 2를 말할 때도 꽃자주색을 말할 때도 뭔가 남들의 시선에 얽매여 사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 뒤에는 1등을 하지 못 하는 사람남들을 배려하는 마음, 붉은 것도 보라색도 아닌 사람들을 배려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조개가 거다란 껍질 안에 숨어 사는 것처럼. 그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남들의 삶에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배려심이라고 느꼈어요. 그런 배려심을 중심으로 서른여덟님의 글초상화를 써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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