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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 Dec 21. 2020

친절한 호랭씨

인터뷰 서른아홉

2017년 6월 28일


“사회적 기업을 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일하고 싶었죠.
그런데 현실은 아등바등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서른아홉님은 사십 대 초반의 남자분입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시데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보람도 느끼고 싶어 사회적 기업을 하게 되었는데, 많이 어렵답니다. 생계보장이 안 된데요. 그래서 과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맞나? 제대로 가고 있나? 끊임없이 의심하고 물을 정도로 자괴감이 든데요. 남을 위한 좋은 일이 정작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ㅠ


서른아홉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에 대해 물었더니 숫자 7이라고 했습니다. 노멀 해서 좋데요. 다들 행운의 숫자라고 하니 그렇게 믿고 싶다고 해요.

좋아하는 색깔은 파란색이래요. 노멀하고 편안해서 좋데요. 서른아홉님은 노멀 한 걸 좋아하는 분인 거 같습니다. 서른아홉님에게 본인과 닮은 색이 파란색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잠시 고민을 하시고는 회색을 닮았데요. 그런데 회색은 이도 저도 아닌 것 같고 정체성이 모호한 색이라 바뀌고 싶답니다. 나이가 들어도 사고가 젊은 사람이 되고 싶데요. 사고가 젊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물었더니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래요.

좋아하는 음식은 탕수육이랍니다. 단 것을 좋아하는데. 탕수육의 단 맛이 좋데요. 초콜릿도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좋아하는 동물은 개, 호랑이 등 포유류는 다 좋아한데요. 포유류라는 말을 흥미로웠습니다. 젓을 물려 키우는 네발 달린 동물을 가리키는 말인데. 뭔가 신체적으로 접촉함으로써 정을 나누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는 친근해서 좋고, 호랑이는 멋있어서 좋데요. 특히 호랑이의 용맹함을 닮고 싶다고 합니다. 찾았습니다. 서른아홉님의 진짜 모습을.

좋아하는 식물은 없데요. 그러다 문뜩 나무가 좋다고 하십니다. 주변에 나무를 보니 좋아 보인다고. ㅎ 괜찮아요. 좋아하는 식물이 없어도. 괜찮아도. 갑자기 주변에서 본 나무를 보니 좋다고 말해도. 글초상화에선 다 괜찮습니다. 그게 다 우리네 모습이니까요.


서른아홉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서른아홉님은 노멀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본인의 취향도 남들이 좋아하는 취향에 맞추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취향이든 개성이든 노멀에 맞춘다고 맞춰지는 게 아니라는 걸. 호랑이를 닮고 싶다는 마음이 서른아홉님의 진짜 모습이라 판단했고,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을 반영하여, 소통의 왕 호랑이를 중심으로 글초상화를 써드렸습니다. 덧붙여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분을 만날 때마다 존경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그런 분들이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사회 제도가 뒷받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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