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작 Dec 23. 2020

에필로그

또 만나요! 꼭이요!

못다 한 이야기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습니다. 새 책 냄새가 좋았고, 첫 문장을 읽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죠. 책을 읽는 건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여행은 늘 흥미진진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마지막 페이지를 앞두고 10장 정도 남으면 그렇게 읽기가 싫더라고요. 너무 읽기 싫어 결말을 모르는 책도 있었어요. 이상하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책과 이별하기가 싫었던 겁니다. 다 읽고 나면 영영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읽지 않고 여운을 즐겼죠.

글초상화 에필로그를 남겨두고 일주일남짓 딴짓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느꼈죠. 아 이별하는 게 두렵구나. 잊힐까 두렵구나. 맞아요. 글초상화가 이대로 묻힐까 두려워요. 제가 이대로 포기할까 무서워요. 하지만 압니다. 이렇게 매듭을 지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다른 사람은 잊어도 제가 잊지 않기에 영원하리라는 걸. 하여 오늘은 용기 내 마침표를 찍습니다.


1.

아이들 글초상화가 가장 어렵습니다. 간혹 글도 모르는 네다섯 살 아이들도 오기 때문에 그 아이들에게 어떤 글초상화를 써주는 게 가장 좋을까 고민을 합니다. 그러다 나중에 글을 읽게 되면 네다섯 살의 자신의 모습을 읽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의 얼굴을 그대로 묘사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직 비유를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서 비유적인 표현을 쓰면 과연 이해할까, 하는 고민 때문에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기거나 외부 묘사를 하는 거죠. 저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의 다양한 취향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기는 한데. 글의 가치를 따진다면 어떤지 판단이  서지  않아 이번 글초상화 시리즈에서는 많이 배제했습니다. 그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2.

인터뷰  내용을 항상 노트에 적습니다. 정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기록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흥미로운 건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이  돌아와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는 내용은 전부 다릅니다. 그게 그분의 개성이며 독특한 삶의 발자취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에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더 리얼한 인터뷰이를 만나게 되었고, 이 인터뷰 내용이 어떻게 글초상화로 바뀌는지 보여드렸습니다. 제  영업(?) 비밀을 공개한 것이 잘한 짓인지 못 한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저의 프로젝트를 그대로 본 따 '글로 그리는 초상화'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는 작가그룹을 발견했거든요. 이름만 비슷한 게 아니라 포맷 자체가 똑같아서 제 프로젝트를 카피했다는 의심을 하지 않으래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조만간 따로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어쨌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공개하는 건 미흡하지만 제 프로젝트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아이덴티티는 따라할래야 따라 할 수 없는 고유함을 가지고 있다는 걸 믿게 되었고. 모두에게 공유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3.

예술장돌뱅이를 소개해야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사람들이 좋아해 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소소시장에 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첫날 줄을 서면서 많은 분들이 기다려 주셨고. 폭발적인 반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죠. 그때 글초상화에 관심을 주신 그룹이 예술장돌뱅이였습니다. 예술장돌뱅이는 소통을 목적으로 시민들과 함께 예술활동을 하는 그룹인데요. 다양한 작가님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술장돌뱅이가 있어, 그래도 이 지난한 작업에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용기 내며 올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프로젝트에 관심을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4. 

거리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애정을 주셨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늦게나마 고맙다는 말씀드립니다. 짧은 인터뷰로 어찌 인터뷰이에 대해 다 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통해 인터뷰이를 추측해 볼 뿐입니다. 그러니 그냥 재밌게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5.

얼마 전 브런치에서 반가운 후기 아닌 후기를 읽었습니다. 아이디어 융합 공방에서 글초상화를 경험한 것이 또 다른 프로젝트의 시초가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상국씨의 새 프로젝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진행되도록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leesang3002/120


그 외 글초상화 후기


*생각하는데 더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서는 이렇게 의견이나 생각을 말씀해주시고 글로 써주신 것 자체도 제게는 큰 도움이 되네요. 좋은 프로젝트인 것 같습니다. - ku***


*처음 보는 분과 저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재밌었습니다. 제 이야기가 작가 분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어떤 글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었습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 ch****


*아날로그한 감성이 느껴져서 좋아요! 잘 받았어요! - ak******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대화하는 일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나는 그 사람을 직접 만나 내 앞에 앉은 사람의 존재를 느끼고 목소리를 듣고 들려주는 일만을 진짜라고 여기고 싶다. 영화보다 연극을 좋아하는 것도, 내가 보고 느끼고 만난 사람만이 내가 쓰는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인 것 같다. 그렇게 너와 내가 존재하는 순간만을 믿으면서도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 대한 회의를 대책 없이 키워가고 있었는데. 오늘 작가님과 대화하고 생각해보니,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용기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무엇’ 될 수 있겠구나. 다시 마음 다잡고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겠다. 용기! 사람을 그리거나 글로 쓰기 위해서, 그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 내 내면의 거울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는 것. 알면서도 밀어내 왔던 것들을 작가님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감사합니다. 제가 보지 못했던 제 모습까지 그려주셔서.  “글을 쓸 땐 꾸미게 되고 습관적으로 거짓말하게 되는데 말할 때만큼은 거짓말하지 않으려 하고, 거짓말은 다행히도 티가 나는 것 같아요. 오늘도 솔직하려 노력했는데. 글로 다시 받아보니 새롭네요. 많은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앞으로도 힘 내주세요. 파이팅 :) -he******


*수다 떠는 듯 편하게 진행된 인터뷰! 초상화를 받고 나서는 계속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짧은 인터뷰를 통해 내면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까? 싶었어요. 신청할 때는. 작가님의 따듯한 시선으로 봐주신 제 모습 잘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b*******


*생각보다 내가 나를 모른다는 것에 새삼스러웠고 놀랐습니다. -ur********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보통 질책, 반성을 할 때가 많은 것 같은데 이렇게 다른 이의 시선에서 조금은 긍정적이고 부드러운 나의 장점을 가진 내 모습을 보니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na*******


*구구절절 말씀을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ge*******


*정말 추억거리가 될 작품 주신 것 감사합니다. 언제나 기분이 꿀꿀하거나 할 때 이 초상화를 되새기며 작가님과의 대화를 회상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질 듯하네요. 또 서로의 작품을 교환하여 더욱이 의미 있게 기억될 듯합니다. :)  -th*****



이전 21화 정성과 시간을 담아낸 맛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