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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 Dec 16. 2020

사랑한다는 건 기다리는 것이다

인터뷰 서른다섯

2017년 6월 22일


“좋은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서른다섯님은 이십 대 중반의 대학생입니다. 대안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최근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이 생겼데요.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여자에 대해 너무 몰랐다고 해요. 그래서 여자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공부하면서 여자라서 다행이고 여자라는 자긍심도 갖게 되었다고 해요. 이젠 우리 공동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해요.

서른다섯님과 인터뷰하는 내내 저의 20대가 부끄러웠어요. 내가 살아야 공동체도 있다고 생각해 내 몸뚱이 하나 간수하기도 바빴던 거 같거든요. 그런데 내 몸뚱이 하나만 챙기려고 살았더니 정말 내 몸뚱이 하나만 챙긴 거 같아요. 오히려 공동체의 가치를 깨닫고,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며 공동체 안에서 고민했다면 조금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겠다 싶었어. 그래서 어린 나이에 굉장히 멋진 꿈을 꾸는 서른다섯님이 훌륭해 보였어요.  


서른다섯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숫자 3이래요. 삼각형의 구도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좋데요. 둘은 숨이 막히고, 셋은 자유로워 좋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이런 기준들이 흥미로운데. 아마도 관계에 있어 서른다섯님은 누군가에게 매여 있고 고정된 것보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걸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좋아하는 색깔을 물으니 흰색이 좋데요. 흰색 하면 겨울에 내리는 눈이 떠오른데요. 눈이 내리면 세상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이 좋아 흰색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특히 한강에 내리는 눈은 예술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인데 벌써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을 기다려진다고 해요. 정말 겨울을 좋아하나 봐요. ㅎ

좋아하는 음식은 복숭아라고 해요. 하얗고 딱딱한 복숭아를 좋아하는 데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도 좋고, 복숭아를 씹는 순간 입안 가득 단맛이 돌아 좋다고 하네요. 복숭아가 7월 초에 나오는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데요. ㅋ 느끼셨나요? 서른다섯님이 사는 방법? 좋아하는 것이 많으니. 매월 좋아하는 것을 기다리며 사는 것 같았어요. 그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좋아하는 동물은 고양이래요. 독립적이라서 좋데요. 숫자 3에서 이미 관계를 맺을 때 어떤 관계를 맺는지 알 수 있었는데, 고양이를 통해 서른다섯님의 성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좋아하는 식물은 들꽃이래요. 들꽃도 많잖아요. 어떤 들꽃이요?라고 물었더니. 이름은 잘 모르겠다며. 얼마 전 서울 도심의 콘크리트 틈새에서 자라는 들꽃을 봤는데, 어떻게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지 그저 놀랍더래요. 연약한 들꽃이 강해 보이는 콘크리트를 비집고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셔런댜셧님은 분명 남들이 보지 않는 외지고 열악한 환경도 살피는 따듯한 분입니다. 그런 시선을 가진 분이기에 콘크리트 틈새에서 자라는 들꽃을 보았겠지요?

10년 후엔 어떤 모습일까요?라고 물었더니. 일단 30살까진 놀겠데요. 그리고 뭐가 되겠다는 것보다. 편안하게 밥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같이 살아가는 게 중요하니까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가치를 공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문뜩 오늘 저녁 전화해서 편하게 밥 먹자고 하면 달려와 줄 친구가 누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반대로 친구가 저녁 먹자고 전화했을 때 난 바로 달려갈 수 있을까, 고민되더라고요. 하여 서른다섯님의 좋은 사람들에 저도 끼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습니다.


서른다섯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사랑을 기다려 본 자만이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을 믿는다면 기다리는 매 순간이 설레고 기쁘다는 걸. 그러나 사랑을 믿지 못하는 순간 믿음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걸. 무엇보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기 전에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는 걸. 서른다섯님에게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 그리고 좋은 가치는 좋은 사람들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은 기다리면 얻을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중심으로 글초상화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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