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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 Dec 14. 2020

홀로 밤을 밝히는 붉은 장미

인터뷰 서른셋

2017년 6월 22일


“방황한 시간이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방황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충만한 제가 되었어요.”


서른셋님은 이십 대 중반의 대학생입니다. 신학과를 다니고 있데요. 원래는 신학과가 아니었는데 조금 방황하다 신학과로 편입을 했데요. 신앙이 같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이야기할 것도 많고 서로 느끼는 점도 비슷해 행복하다고 해요. 선교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 졸업 후에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 정치 이야기랑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민감한 부분이라는 거죠. 정치와 종교는 그 사람의 신념, 그 사람의 정체성과 연결이 되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저도 조금 조심스러웠습니다. 어디까지 물어야 하고. 어디까지 써야 하는지. 그런데 너무나 당당한 모습에 제 걱정이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나 평범한 이십 대 대학생의 모습이었거든요. 다만 그녀는 종교에 더 관심이 많고 집중하고 있는 거죠.


서른셋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숫자 4래요. 왜 숫자 4를 좋아하냐고 물었습니다. 숫자 4를 좋아하는 사람이 드무니까요. 그랬더니 서른셋님의 가족이 4명이래요. 특히 남동생이랑 친하데요. 그래서 숫자 4를 보면 친근하고 기쁘다고 하네요. 서른셋님에겐 숫자 4를 사람들이 터부시 한다는 부정적인 개념 자체가 없는 듯했어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그 숫자가 나에게 어떤 느낌인지가 중요한 사람 같았어요. 남들이 싫어해도 나에게 의미가 있다면 굉장히 믿고 따르는 무한 긍정의 힘! 이 느껴졌습니다. 더욱이 숫자 4를 보고 가족을 떠올리다니. 가족애가 남다른 분 같았습니다.

좋아하는 색깔은 빨간색이래요. 엄마가 좋아해서 좋아한다고. 본인은 핑크색이 더 좋다고 하네요. 여기서도 엄마가 나와요. 엄마가 좋아해서 좋아한데요. 얼마나 가정적인 분인지 말 안 해도 알겠죠?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래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서른셋님이 우스워서 터진 웃음이 아니라 너무나 뜻밖의 단어라고 생각했거든요. 왜냐하면 인터뷰를 하며 나름의 기준을 잡는데. 고기랑, 종교랑, 가족이랑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어쨌건 먹으면 뱃속이 든든해서 좋다고 했습니다.

좋아하는 동물은 강아지래요. 귀엽고 사랑스러워 좋아한데요. 하지만 키울 자신은 없다고 하네요. 아직 누군가를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어요.

좋아하는 식물은 없데요. 키우던 식물들이 전부 죽어서 식물과 서른셋님은 맞지 않는 걸로 결정을 내렸데요. 심지어 남들이 키우기 쉽다는 선인장도 죽였다고. 다시는 키우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맞아요. 키우던 식물이 죽으면 그처럼 심란한 게 없더라고요. 난 안 되나 봐. 자괴감도 들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하면 살아나는 놈들도 있더라고요. 나에게 맞는 식물을 찾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해요.

10년 후엔 어떤 모습일까요?라고 물었습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네 명의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을 것 같다고 해요. 네 명의 아이라. 숫자 4가 서른셋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모양이에요. 한때 방황을 크게 했는데 하느님의 은혜로 자신의 할 일을 찾았고. 배우자도 찾아서 지금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해요. 실제로 그렇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서른셋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인터뷰 내용에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서른셋님의 상처와 방황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자신의 상처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그녀에게서 그 누구에게도 볼 수 없었던 강함을 느꼈어요. 그리고 그 강함은 완전한 사랑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죠. 사랑만큼 큰 힘은 없습니다. 하여 밤에 피는 붉은 장미가 떠올랐고. 이를 중심으로 글초상화를 써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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