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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 Dec 11. 2020

고래가 바다를 떠난 이유

인터뷰 서른하나

2017년 5월 31일


"울산에 더 이상 고래가 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 고래 고기를 팔고 있죠.”


서른하나님은 삼십 대 초반의 방송작가입니다. 방송작가 일이 순발력과 민첩성을 요하는데 본인은 순발력도 없고 민첩성도 떨어져 걱정이라고 합니다. 하여 일이 두렵기까지 하데요. 하지만 사람 만나는 것이 즐거워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하네요. 일이라는 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우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고민과 걱정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만 좋아하는 게 아니래요. 서른하나님의 흥미를 끄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것이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상관없이 긁어모은데요. 마치 넝마를 줍는 사람처럼요. 그런 자신을 넝마주의라고 표현했어요.

넝마에 대해 아시나요? 제가 어릴 땐 망태라고 불렀죠. 나무줄기로 엮은 커다란 바구니, 아이 하나 넣을 만큼 큰 바구니를 망태라 불렀는데. 망태를 등에 매고 쓰레기를 줍는 아저씨를 망태 아저씨라 불렀죠. 어른들은 망태 아저씨가 아이들도 주워가니 조심하라고 했었습니다. 하여 망태 아저씨만 나타나면 귀신이라도 본 양 소릴 지르며 도망쳤던 기억이 납니다. 암튼 서른하나님은 망태 아저씨처럼 온갖 것들을 주워 모은데요. 분명 호기심도 많고 삶에 대한 애정이 많은 분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른하나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7과 4를 이야기해주셨어요. 숫자 7을 좋아하는 이유는 집 전화번호라 너무 익숙하데요. 행운의 숫자이기도 하고. 숫자 7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래요. 숫자 4는 그냥 따라오는 숫자래요. 숫자 7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따라와서 좋아한데요. 흥미롭죠? 숫자에 대한 설명이. ㅎ

좋아하는 색깔은 초록색이랍니다. 왜 좋아하냐고 물으니. 초록색 옷이 많데요. 의식하지 않고 옷을 샀는데. 나중에 옷장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데요. 옷들이 전부 초록색이라. 그 순간 알게 되었데요. '아! 내가 초록색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색에 대한 인식도 굉장히 흥미로운 분이었습니다. 좋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사고 보니 좋아하는구나를 깨닫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 쉽게 공감이 가더라고요.

좋아하는 음식은 해산물이래요. 육류를 전혀 먹지 못한다고 해요. 울산이 고향이라 어려서부터 해산물을 먹고 자랐데요. 특히 새우, 어묵을 좋아한데요. 울산이면 어떤 생선이 유명한가요?라고 물었더니 고래 고기가 유명하다고 했어요.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니, 고래 고기가 맛있기는 한데 기름이 많데요. 예전엔 고래가 살았는데 이젠 살지 않지만 아직 고래 고기를 팔고 있다고 하네요. 다음엔 저도 고래 고기에 도전해 봐야겠어요.

좋아하는 동물은 고양이래요. 고양이네 집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데요. 고양이네 집이라는 말도 낯설고 더부살이라는 말도 낯설어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실상은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느낌이라고. 서른하나님 본인의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건 고양이니 고양이네 집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고 했어요. 확실히 작가분이라 시선이 남다르죠? ㅎ 인터뷰가 재미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식물은 몬스테리아래요. 잎이 넓고 구멍이 숭숭 뚫린 나무죠. 처음 듣는 식물이었어요. 당시엔 보기 드문 식물이었거든요. 열대 식물이 잘 자라나 싶었는데 잘 적응을 한 모양입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식물이 되었네요.

10년 후에 어떤 모습일까요?라고 물었더니 제주도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을 거 같다고 했어요. 요리도 하고 꽃도 키우고, 여행도 다니고 싶데요. 


서른하나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간혹 인터뷰를  하다 환각에 빠지듯 시공간이 바뀌는 이상한 체험을 하곤 합니다. 서른하나님이랑 이야기하는 동안 그랬습니다. 하늘을 나는 고래를 본 느낌이었죠. 사람살이에 관심이 많은 고래는 그 옛날 넝마주이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던 모든 것을 주워 담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고래를 중심으로 글초상화를 써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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