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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의 고속도로 도전기

정말 고속도로 운전이 제일 쉽나요?

by 지우



오래간만에 초보운전 에세이를 작성하고자 한다.


에세이를 쉬는 한 달 사이, 나의 운전 실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나 홀로 운전’이라는 두려움을 극복한 후로 모든 것이 순조로워졌다.

장거리 운전을 해본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소에 다니던 10분 거리의 카페에 몇 번 다녀왔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바로 약속을 잡았다.

친구야, 우리 고속도로 타보자!


운전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고속도로를 내가 나가도 되는 걸까?

운전을 한지 좀 되는 사람들은 말한다. 고속도로가 제일 쉬울걸?


몇 주 전만 해도 나는 이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뉴스만 틀면 쏟아져 나오는 고속도로 사망 사고들…

초보 운전자와 소형차 광식이 조합으로는 고속도로에 발만 디뎌도 팬케이크처럼 납작해져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동네만 돌아다닐 수는 없지.

콩알만큼의 용기를 쥐어짜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거리의 대형 카페를 가기로 하였다!










고속도로 도전 D-day 새벽, 내 방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너무 긴장이 돼서 머릿속에 온갖 교통사고 장면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평소에 한x철의 블랙박스 채널을 열심히 본 것이 조금 후회되었다.


생명에 관해서만큼은 계획형인 나는 잠을 포기하고 밤새 고속도로 사고 대처법을 알아보았다.

‘원래는 삼각대가 필수였으나 2차 사고 위험으로 필수가 아니게 되었군.’

‘갑자기 차가 고장 나면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이동 후 차에서 빠져나오기 메모!!‘

’차량용 소화기와 안전봉 장바구니에 넣어두기…‘


날이 밝았다. 다크서클을 매단 나의 눈앞에 인생 첫 고속도로 진입로가 나타났다.

“어떡하지?? 나 너무 떨려…“

“별 거 없어. 밟아!!”

친구의 조언대로 밟았고, 별 거 없었다. 정말 고속도로는 별 거 없었다.

화물차의 속력 제한이 80km이다 보니 추월만 안 한다면 사실상 자동차전용도로와 차이점이 없었다.


오히려 내 안의 숨겨진 스피드레이서 본능이 슬며시 깨어났다.

"안전벨트 단디 매라. 추월 간다."










초보운전을 빠르게 벗어나고 싶다면 고속도로를 왕복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운전 선배님들의 말 틀린 거 하나 없다. 고속도로 운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쉽고 운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장거리 운전, 빠른 판단과 차선 변경, 국도 진입 등의 경험은 앞으로의 운전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초보운전 에세이를 쉬는 한 달간, 고속도로 여행기를 이어간 덕분에 순 운전시간 26시간 18분, 주행거리 1,117.4km를 달성했다.

야간과 빗길 운전은 물론 혼자서 운전도 마스터해버리고 말았다.

불안함과 공포는 아예 사라져 버렸고 독설가인 엄마마저도 인정하는 자랑스러운 운전자가 된 것이다.


조금 먼저 시작한 초보운전자로서 새로운 초보운전자들에게 조언을 하나 하자면 다음과 같다.

"도로는 결국 다 이어져있고 길을 잘못 들어섰어도 내비게이션이 새 경로를 잡아주니 걱정말자."

아직 나도 내비게이션을 잘못 보고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운전 경력이 오래된 아빠도 종종 그러는 걸 보니 자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괜히 주춤하거나 차선을 급하게 변경하다가 사고 내지 말고 잘못 빠진 그대로 가자.


당황하지 않고 무덤덤한 척하기도 잊지 말자.

나 역시도 몇 번 실수를 했으나 이 방법으로 동승자들에게 운전 좀 하는 애로 평가받았다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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