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실력이 늘었음을 느끼는 때
사람은 누구나 초보 드라이버 시절을 거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느 순간 초보 드라이버에서 일반 드라이버가 됐음을 느끼는가?
나의 경우, 도로가 정체되는 명절에도 겁먹지 않고 운전이 가능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 나 이제 명절 운전도 두렵지 않다!!
우리는 매 명절마다 시골 할머니댁을 방문하는데 운전을 아빠만 할 수 있다 보니 단체로 움직여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아빠는 고향에 더 머물고 싶어 하고 엄마는 집에서 쉬고 싶어 하는 곤란한 상황이 계속되던 때 내가 면허를 따게 됐다.
물론 아빠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가면 편하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가는 내내 자면 되니깐.
하지만 이제 운전을 잘한다는 약간의 과시와 유니크한 광식이를 보여주고 싶다는 약간의 자랑 욕구가 올라왔다. (사실상 아빠가 편히 놀고 오라는 마음은 뒷전이 되어 있었다.)
처음 내가 차를 몰겠다고 하자 친척 어른들의 걱정 어린 말들이 쏟아졌다. 우리 가족만이 잘하니 걱정 말라며 쿨하게 말하였다. 어찌 보면 무심한 말투지만 그 안에 든 믿음과 칭찬에 용기가 생겨났다.
맞아, 나 운전 잘해.
어깨를 으쓱이며 허세가 담긴 인사를 건네주며 광식이는 출발하였다.
하필 귀경길에는 많은 비가 쏟아졌다. 앞차에서 튀는 물에 앞이 잘 안 보이는 정도였다.
차는 또 얼마나 막히는지 심한 구간에서는 20km 속도로 달려야만 하였다.
하지만 내가 누구야? 가족들의 믿음을 등에 지고 있는 드라이버지! 브레이크와 엑셀을 적절하게 밟아가며 운전하였다.
운전 초반부터 너무도 힘들어하던 끼어들기도 무난하게 성공하였다. 그것도 뻥 뚫린 곳이 아닌 정체된 도로에서 말이다! 끼어준 차량에게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하며 성장을 느끼고 있었으나 초보 드라이버라는 사실은 감출 수 없었다.
매번 잔실수를 하다 보니 비상등을 켜고 사과를 건네는 게 운전 루틴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운전에서는 비상등으로 사과 표시를 할 일이 전혀 없었다.
물론 포트홀을 밟아서 차가 크게 덜컹이긴 했는데 이건 동승자들에게만 사과하면 될 일이니깐 제외다.
온몸에 긴장을 해야 하는 장거리 운전을 했음에도 전혀 힘들지 않고 고양감만이 가득했다.
집에 도착하면 뻗어버리던 이전과 달리 에너지가 넘쳐났다. 무사히 귀경한 것은 물론 동승자들의 운전을 잘한다는 칭찬까지 받았다. 주유소 사장님께 광식이가 너무 예쁘다는 말까지 들어서 기분이 배로 좋았다.
이번 운전을 토대로 나는 한층 더 성장한 드라이버가 되었다.
9개월 전 두려워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봐봐, 꾸준히 하면 되잖아.
아마 앞으로도 명절에는 아빠와 따로 차를 끌고 가지 않을까 싶다.
아빠가 운전하는 차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엄마가 건네는 보리차를 못 마시는 건 조금 아깝지만... 이렇게 하나둘 독립해 나가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