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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고철덩어리를 산 것 같다...

중고차를 살 때는 체크해볼 점이 많다

by 지우

나의 첫 차, 광식이.

너무도 아끼고 예뻐하는 광식이지만 이제 인정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좀 더 많이 따지고 비교하고 사야 했다.


차에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다.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근데 이렇게 한번에 몰려올 줄은 몰랐지…


“이거 갈아야할게 한두가지가 아닌데요?”

“점검 시기를 놓쳐서 수리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교체해야해요.”

“가격은 전부 다 하면 nn만원 정도 나오겠네요.”

n만원 어치 엔진오일을 교체하러 가서 nn만원 어치의 견적을 업고 돌아와버렸다.

충격 흡수를 도와주는 쇼바와 브레이크라서 미루기도 꺼림직한 상황이었다. 어쩌겠어? 수리해야지.


정비 기사님이 전달주신 사진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광식이의 교체한 부품들은 말 그대로 다 닳아서 너덜하게 부숴져있었다. 아니, 내가 이런 애를 타고 다녔다고?

이야기를 듣는데 많은 부분이 정비나 교체 시기를 놓친 상태라고 한다. 에어컨 필터도 교체해야하고 네비게이션도 재설치해야하고 타이어도…

“…우선 급한 것만 할게요.”










그래도 급한 불은 껐다. 나머지 부분은 약간 불편할 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었으니 천천히 수리해나가면 된다.

가장 문제가 되던 브레이크를 고친 김에 친구와 꽤나 먼 곳에 위치한 카페를 놀러가기로 하였다.

딱 좋은 날씨에 힐링되는 예쁜 카페에서 제대로 놀았으니 완벽하게 마무리될 하루였다.

“창문 열어서 뜨거운 김 좀 빼고 에어컨 틀자!”

우리는 몰랐다. 이 말이 가져올 반향을.


뜨거운 김이 빠져나가고나니 창문 밖 바람이 유독 더 눅눅하고 뜨겁게 다가왔다.

원래대로라면 창문을 닫고 시원한 에어컨을 맞이했을 것이다. 창문이 닫혔으면 말이야.

시동을 여러 번 껐다켜도 창문은 미동도 없이 활짝 열린 상태였다.


하필 닫히지 않는 창문은 운전석이었고 우리는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가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도로를 달리는데 바람이 너무나도 상쾌했다.

피톤치드 향을 강제로 콧 속에 우겨넣고 휘날리는 머리카락에 뺨을 맞는데 웃음만 나왔다.

‘이것도 나름 어이없고 즐겁네!’


급한대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 설명을 하는데 바람 소리에 전화 통화도 힘들었다.

서로 소리를 질러대며 소통하며 얻어낸 결론은 우선 집으로 돌아와라. 그냥 모든 상황이 어이없음을 넘어서 웃겼다.

운전에 적응을 좀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이상 현상을 호소하는 광식이. 이제 좀 편해졌다고 본심을 내보이는거니? 정말 가지가지하는구나.


결국 30분 정도를 달리고나니 창문이 올라갔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머리가 산발이 된 이후였다.

당장 창문을 수리할 필요는 없어졌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광식이를 산 것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온갖 말썽 많은 고철덩어리지만 좋아하는 차종이고 유니크한 색상이거든. 얼빠의 최후라고 해야할까?

다만 조금 더 흥정을 해서 샀어야 했다. 이렇게까지 관리 되지 않은 차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중고차를 살 예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꼭 정비소에서 점검을 받아보자.

수리해야할 부품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 후, 이를 바탕으로 에누리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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