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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Sep 09. 2020

날씬해질 거 같아서...

유통 기한이 5개월이나 지났네

여성 비율이 훨씬 많은 사무실은 365일 중 360일쯤은 다이어트를 하는 거 같은 분위기이다.

그런데 그중 날씬한 분들이 마시는 것은

'아몬드브리즈'였다.

우유도 두유도 아닌 아몬드로 만든 음료..

"저걸 먹으면 다이어트가 될까?"

살 뺄 의지는 없고 노력은 하지 않지만 왠지 그 음료를 사면 날씬해질 거 같아서.

심지어 각종 할인 쿠폰에 개당 단가가 무지 저렴했다.

각종 쇼핑 어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1팩당 만원 조금 넘으면 살 수 있었으니 안 살 이유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부장님 하고 하나씩 먹으면 금방 없어질 거라는 생각을 하며 구매했다.


부장님은 먹어보더니 별로라고 안 먹는다고 했다.

그렇게 얘기하시니까 나도 왠지 맛이 별로인 거 같았다.

그래서 결국 먹지 않았다.

누구라도 주면 좋았다만 그저 "혹시 먹게 될지도 몰라"라는 마음에

그렇게 나에게 온 '아몬드브리즈'는 9월이 되어서야 비울 용기가 났다.

유통 기한이 5개월이 지나서 말이다.


그 사이 나는 부서이동도 했다.

아몬드 브리즈는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는데 모른척했다.


내가 이것을 왜 샀나 꽤 많은 양을 안에 음료를 비우고 재활용 비우며 생각해봤다.

날씬한 사람들이 마신다

쇼핑 어플에서 할인, 쿠폰 유혹

냅다 구매함


그럼 내가 왜 안 마셨을까?

그 당시에 다이어트 의욕 전혀 없었음

부장님이 맛없다고 함

그러니 내 입맛에도 안 맞는 거 같음

저렴하게 샀으니 아깝다는 생각 안 함


대부분 사서 쓰지 않는 물건들은 저런 사유의 과정을 거쳐서 구매했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유들로 사용하지 않았다,

구매할 때 이미 충분히 고민하고 산 물건에 대해서는 함부로 대하지 않았는다.


결국 심플 라이프를 하든 미니멀 라이프를 하던 비움도 중요하지만 구매하는 패턴을 파악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통 기한이 5개월이나 지난 아몬드 브리즈의 냄새는 너무 역했다.

그 냄새를 맡으며 내용물을 버리며 왠지 나에게 벌을 내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진한 반성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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