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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Sep 21. 2020

잘 가! 나의 신혼의  역사였던 식탁

우리 집에 식탁이 두 개 중 한 개가 사라졌다.

우리 집에는 그 간 식탁이 두 개가 있었다.

결혼 준비하며 가장 일반적이게 생기지 않은 가구를 하나 샀다. 바로 식탁.

높디높고 등받이 없는 식탁.

회사 옆, 신혼집이었던 나는 평생 요리의 혼을 이곳에서 불 싸질렀다. 6시 칼퇴해서 신랑이 오는 시간까지 나는 신명 나게 저녁 준비를 했다.

주말에도 파스타, 라자냐를 비롯해 맛이 신비로운 음식을 행복하게 먹었다. 물론 행복했던 식탁은 3개월 만에 끝났다. 바로 임신을 했고 입덧이 심했던 내가 밥을 하기 쉽지 않았다. 입덧이 끝난 후에는 배가 제법 나와서 등받이 없는 의자가 불편했었다.

그 뒤로 이 식탁은 한때는 나의 네일 바, 나만의 독서 장소로의 역할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줄여서 책꽂이에 다 꽂을 수 있게 되고 확장된 집으로서 장점을 살리려면 거실 끝 식탁을 비워야 했다.

강렬하게 비우고 싶었는데 신랑이 동의하지 않았다.

이 식탁은 나의 신혼의 기억이야

라는 신랑의 말에 나도 잊고 있던 신혼 식탁이 떠올랐다.



맞아! 우리의 짧았던 그 작은 빌라에서의 신혼은

난방이 안되어 너무 추워서 서로를 꼭 껴안고 잤던 그 기억

임신해서 배가 잔뜩 나왔는데도 신랑과 홍대로 가 밤마다 펍을 다녔던 기억,

밤늦어도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그 안도감이

우리를 행복하게 했었다.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주고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했던 그 밥과 그 시간.

 오롯이 우리만 있었던 그 시간의 역사였던 식탁이었다.

작고 불편했지만 따뜻하고 행복했다. 늙고 우리 아이가 커서 독립을 하게 된다면 다시 그때처럼 살자고 말했던 그 시간.


그 시간의 역사와 이별했다. 확장의 장점을 보이려면 탁 트인 거실의 느낌을 주기 위해 비워야 한다는 실증적인 아내의 주장에 결국 낭만파 신랑이 동의했다.


지금 때론 식탁으로 때론 공부 책상으로 때론 가족 토론장으로 쓰이는 6인용 식탁이 다시 우리의 역사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내가 육아휴직을 하게 된다면 그때 느꼈던 맛은 오묘하지만 좀 더 따뜻한 식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보다 셋은 더 따뜻하고 더 다양한 추억이 쌓일 것이다.


우리는 오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의 추억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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