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코로나가 다시 심해지기 전 신랑 회사에서 야유회를 갔다. 직원 1명, 사장 1명인 회사여서 가족들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협력업체 가족들까지 총 4 가족이 갔다.
기획하고 노는 거 좋아하시는 사장님은
가족별 대항 스피드 퀴즈를 준비했고
우리 가족은 꼴찌를 했다.
그런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최신형 에어프라이기'였다.
처음부터 에어프라이기를 사면 시댁을 드리자고 했는데
그 아이가 우리에게 온 것이다.
우리 집에서 맥주 한잔 하며 에어 프라이기에 구워 내놓은
감자튀김을 먹으며 맛있다고 연신 말씀하신 시부모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에어프라이기는 우리 집에 한 달 남짓 박스채 머물렀다.
이유는 바로 나의 욕심이었다.
시댁 가져다 드린다는 나의 말에 사장님이
그거 최신형인데. 과일 말리는 거까지 돼
그랬더니 마음에 없던 욕심이 생겼다.
'그냥 내가 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 에어 프라이기도 바꾼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과일을 말려 먹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말이 욕심을 만들어 내 마음을 옥죄어 왔다.
다른 물건을 비우면서도 그 마음을 삼주 가까이 가지고 있었다.
그게 뭐라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살 수 있는 가격이었고
에어 프라이기를 두 대 놓으면 주방이 복잡만 해진다는 걸
뻔히 알면서 말이다.
물건을 비우면서 갑자기 내가 내 욕심에 미련을 가지고
저 물건이 바로 쓰일 수 있는 곳으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신랑에게 에어프라이기 그냥 시댁에 가져다 드리자고 얘기했다.
신랑도 나와 같이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 줄 알았는데
너무 흔쾌히 '그러자'라고 해서 "자기도 쓰고 싶었던 거 아니야?"라고 묻자
본인은 그냥 내 마음이 미련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 그냥 기다린 거라고 했다.
내가 쓰고 싶다고 하면 쓰고 가져다 드리자고 하면 가져다 드리면 그뿐이라고 했다.
내 욕심을 그냥 받아주었던 거였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나는 신랑도 미련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내 욕심에 당위성을 부여했었기 때문이다.
에어프라이기는 시댁으로 갔다.
가면서 바로 쓸 수 있게 냉동 감자튀김도 한 봉지 사 가지고 갔다.
에어 프라이기는 우리 가족에게 바로 맛있는 감자튀김을 내주었고
우리 가족은 맛있게 맥주와 감자튀김을 먹으며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시부모님과 같이 사시는 아주버님께
늘 챙겨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을 수 있었다.
내 욕심을 비우니 에어 프라이기는 제 쓸모를
가족에게는 즐거운 오후를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