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후, 장기요양등급이 2등급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 인터뷰를 잘한 것과는 달리 등급이 높게 나와, 다들 명절인 것 마냥 전화를 수십 통은 했다. 아무래도 치매약 용량이 심사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심사 결과가 나오자 외숙모는 장기요양등급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건강보험공단에 가셨다. 공단에서 받은 서류에는 등급 심사평가서와 집 근처 복지관 현황, 복지관 연락처, 평가등급 등 자세한 정보들이 함께 들어 있었다. 가족들은 할머니가 시간만 때우는 곳이 아닌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복지관에 다니길 기대를 했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는 백수이자 사회복지를 전공한 내가, 할머니가 다닐 수 있는 복지관을 알아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등급이 나온 시기에는 복지관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기도 했지만, 노인복지관의 특성상 이사를 하거나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자리가 나지 않아 할머니가 들어갈 자리를 빨리 알아봐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등급이 나온 그 날 할머니가 들어갈 자리가 있는 복지관을 알아봤다.
먼저 가족들에게 요양시설에 할머니를 맡아주시길 원하는지 아닌지를 확실히 해야 했다. 가족들은 낮시간 동안만 할머니가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 삶의 질을 높였으면 했고, 더불어 활동성을 높이길 원했다. 나는 낮 시간 동안에 프로그램을 하며 치매노인을 돌봐주는 노인 복지관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복지관 등급 평가가 최우수 기관부터 차례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리가 나는지 확인했다.
평화방송에 집착하듯 보고 있는 할머니와 집안 곳곳에 있는 성모상과 십자가를 생각해서, 복지관 재단이 천주교 재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우수 기관부터 차례로 내려오며 검색해보니 우수기관 중 천주교 재단 복지관 부설 기관인 주간보호센터가 있었다. 홈페이지를 보니 지금까지 평가등급이 우수 밑으로 내려온 적이 없었고 사진 속 어르신들의 표정도 좋아 보였다. 나는 곧바로 전화했다.
나 : 안녕하세요. 혹시 할머니 한 분 들어갈 자리가 있나요? 요양등급 2등급 받으셨어요.
주간보호센터 사회복지사 : 네. 지금 2자리 있고요. 한 자리는 오늘 찰 것 같아서요. 아마 한 자리 남을 거예요. 이용비는 장기요양등급이 2등급이시니까 식비와 간식비만 내시면 됩니다. 꼭 어르신 모시고 상담받으러 오셔야 합니다.
'한 자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말씀에 할머니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질까 마음이 조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