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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델라 Oct 06. 2019

"너 지금 어디 갔다 와? 나 배고파!"

    거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할머니는 나의 모습을 보고 놀라 자신의 방으로 도망갔다. 아무래도 얇은 옷 사이로 보인 속 살 때문인 것 같았다. 옛날 사람이니 보수적인 건 당연한 건데도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웃겼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고 싶어 괜히 거실에서만 운동을 했다. 마찬가지로 샤워한 후 벗은 몸으로 돌아다니면 운동할 때처럼 놀라서 문을 닫고 안 나오셨다. 펄쩍 놀라 할머니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뒷모습이 재미났다. 운동으로, 할머니의 모습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할머니로 인해 생긴 응어리들이 할머니로 인해 풀리니 기분이 묘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었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을 했다. 그러다 나의 체력을 오버하여 과하게 운동을 하게 되었다. 그날 밤 나는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하지만 '몸살이겠거니' 하고 욱신거리는 몸의 변화를 무시했다. 그날 새벽 나는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몸살 약을 찾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여 침대에 걸터앉는 데만 몇 분이 걸렸고 걷는 것도 불편했다. 약을 먹고 나니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약을 먹었으니 이제 괜찮을 것'이라며, 전 날 무리한 운동을 해서 생긴 근육통이라 생각했다.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약을 먹고서도 밤을 꼴딱 새웠다. 그리고 낮 시간 동안에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밤에도 일찍 잠에 들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숨 쉬기가 힘들 게 느껴졌다. 횡격막을 움직이는 게 어려웠고 운동으로 생긴 근육통이라기에 통증이 심각했다. 이틀을 꼬박 지새우고 동이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119에 전활 걸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위치를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병원에서는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등 디스크라 했다. 약과 물리치료, 주사까지 맞았다.


    타지에서 의지할 부모님 없이 혼자 아픈 게 서러워 외숙모께 전활 걸었다. 외숙모는 감사하게도 단숨에 달려와 주셨다. 숨 쉬기 어려워 복대까지 차고 할머니 집에 돌아왔다. 이틀 동안 잠을 못 자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쉬고 싶었지만 할머니는 내가 돌아오자마자 '어딜 다녀왔느냐'며 '배고프다' 했다. 외숙모는 말없이 라면을 끓이셨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얼굴이 노래진 나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힘들어하는 날 앞에 두고 할머니는 식사를 참 맛있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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