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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분석]5일만에 양성 진술분석전문가-한계레기사 보고

실체적 진실은 하나의 학문이나 도제식 교육으로 밝힐 수 없다.

진술분석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아주 오래전이다.

한 변호사로부터 문의를 받았었다.

성범죄 사건 피의자 변호사였는데, 그때는 녹취분석에서 신호 분석에 집중할 때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이후 스마트폰, 블랙박스 등의 대중화 보편화로 녹취분석 업무가 늘어나고, 

단순한 신호 분석에 대한 감정자문 의견만 할 경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의뢰인들의 노력에

공백이 있음을 느끼고, 내용 분석(당시에는 맥락-Context-분석)에 대해서 공부했었다.


난 매번 의뢰받을 때마다 이전의 유사 사건의 진술서와 해당 사건의 여러 정황, 

그리고 최근에는 진술 영상을 여러 각도로 촬영하기 때문에 그 영상을 보고, 내용분석은 물론 

비언어적 표현, 행동, 음성 신호의 변화 등까지도 클러스터화 하여 종합적으로 분석, 판단한다.

예를 들어 해당 진술인의 특정 몸짓, 표정, 추임새, 응대 반응 등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것이 어떤 질문과 진술에서 나오는지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자신이 분석당한다고 느껴도 쉽사리 바꿀 수 없는 몸에 뵌 습성, 인간 고유의 생리 반응이므로

분석에 용이하다.

다만 이것이 유의미한 데이터인지 여부의 판단은 순전히 분석 전문가의 몫이기에

그만큼 경험칙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분석하면 할수록 내가 뭘 아는지와 모르는지만 더 명확해질 뿐,

뾰족한 묘안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

특히 의뢰 기관들이 수사관일 경우 이런 나의 접근에 호감을 표하고 고맙다고 해줄 때마다

내 어깨는 더 무거워 또다시 이런저런 분석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그 이유는 대부분 이런 자문 사건 경우는 내사단계인 경우가 많아 용의자가 아직 정식 입건되지 않았기에

혐의에 대한 부분에 있어 명징한 해답을 얻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니면 다행이지만,

만약 범인이라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자문 의견서를 보낸 후에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출처: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8050.html

그런데 위에 링크 뉴스처럼 5일 만에 진술분석 전문가로 만들어준다는 해당 기사를 보고, 

우려를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댓글로 2019년 사법정책연구원에 발제한 연구주제 

'현행 진술분석 제도의 문제점' 글을 링크로 소개했었다. 

물론 해당 기사는 5일 만에 양성되는 진술분석 전문가에 대한 실태를 고발하는 보도였으나, 

누군가는 그것에 혹해서 정말 5일 만에 진술분석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최근 부쩍 포털사이트 '진술분석'이라는 키워드 광고업체가 늘어난 이유도 이것 때문이지 않나 싶다.

필자는 현재 '진술분석'분야에 있어서도 대법원 특수감정인으로 등재되어 있어 법원 촉탁으로도

감정자문을 하지만 항상 최종 판단은 의뢰인(법원인 경우 법관)이 할 수 있도록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분석 도구를 통해 분석 항목별 편향된 의견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간혹 정황적 편견만을 가지고  특정 사안에 대해 예단, 속단하여 단언하는 듯한 뉘앙스가 엿보이는

타 진술분석가의 보고서를 보면, 걱정을 넘어 화가 치밀기도 한다.

아래 링크 기사를 보면 거짓 진술 때문에 인생 거널난 30대 남성의 피해 사례가 

법률신문 기사로 난 것을 볼 수 있다.

https://www.lawtimes.co.kr/news/74794

제대로 된 진술분석이 있었다면, 한 남성의 인생이 뒤바뀌는 이런 피해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분노감마저 들게 된다. 여기서 제대로 된 진술분석이란, 가출소녀의 강간 피해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에 대한 언급일 것이다. 나도 진술분석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모든 진술이 거짓이거나 모든 진술이 진실로 판단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거짓을 의도하지 않더라도 사람이라면 착각, 착오에 의해서 사실을 왜곡, 과장해서 진술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출처: 녹취분석연구소 업무안내 '진술분석'웹페이지 발췌

그래서 위 그림처럼 녹취분석연구소 홈페이지 진술분석 업무안내 페이지에도

( https://2lab.modoo.at/?link=df046s53 )

"증명할 수 없는 진실은 거짓말의 누명을 쓰기도 한다. 

 반대로 증명한 진실 속의 거짓말은 진실로 둔갑한다."

라는 말을 적은 이유다. 

사법정책연구원에 현행 진술분석 제도의 문제점을 발제한 부분도 이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피해자 진술은 진실탐지 도구로 분석하고, 피의자 진술은 거짓도구로 분석하는

각개 편향된 구조적 형태를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보다 공정하게 수사하려면 

피해자·피의자 모두 진실·거짓탐지 도구의 동일한 잣대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아래 이와 관련된 글들을 볼 수 있는 녹취분석연구소 홈페이지 링크가 있으니 참고 바란다.

똑같은 상황을 목격하고 경험해도, 진술인에 따라 진술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각자의 언어 표현력이 다르고, 설명 능력도 다르며, 듣고 바라본 각도나 

인지적 관점 역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한 밤에 가로등 밑에서 총격으로 한 백인 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때 범인을 목격한 백인 남성이 범인으로 흑인 남성을 지목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범인을 검거하고 나니 백인이었다.

목격자는 사건 발생 후 백인이 사망한 것을 알고, 당시 자신이 목격한 범인이 흑인일 것이라는 편견으로

발생한 인지부조화 진술이었다. 이런 경우 거짓말 탐지기도 소용없다. 

사실관계를 거짓으로 꾸며 말하려는 의도가 아닌 스스로 그렇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진술분석은 하나의 진술 내용만을 가지고 추론하기보다는 

가능하다면 진술인의 생각, 그리고 그 배경지식의 밑바탕까지 고려해서 

보다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신뢰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의 학문이나, 5일 만의 짧은 교육만으로 진술분석 전문가로서 활동하도록 만든다는 것은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분야는 특정 학문만의 영역이나 어떤 자격시험 등으로 전문가의 지위를 얻을 수도, 얻어서도 안된다.

아무리 오랜 경험의 뛰어난 진술분석 전문가라도 스스로 사실관계,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면, 그 역시 신뢰할 수 없는 전문가로 전락하게 되는, 정말 아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분야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녹취파일의 신호분석은 20년, 내용분석도 최소 10년 이상 

연계된 여러 학문을 공부하고 현장 사례들을 연구하며, 실제 사건 분석을 통해 경험해왔지만,

내가 알게 된 것은 오직 내가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지만 희미하게 드러날 뿐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런 도움을 필요로 하고, 또 노력의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기에 

지금도 최선을 다할 뿐이다.


혹여 누군가 5일 만에 양성되는 진술분석 전문가 과정을 홍보하거나 권유한다면, 

그 과정은...(대략 뭘 가르치는지 짐작은 가나)

결코 진술분석을 위한 비법이나 끝이 아닌, 시작의 밑거름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앞선 법원신문 보도 기사 제목 "가출소녀 강간 무고에 인생 거덜난 30대"의 사례처럼,

선무당 사람 잡는 식의 진술분석 전문가를 양산하는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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