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ton의 캠퍼스와 Business School 체험
- MIT
보스턴에는 오후에 도착했기에, 그것도 주말이었기에 특별한 일정을 소화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보스턴 Back Bay 역에서 우버를 타고 곧장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보스턴에 살고 있는 내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지금까지 나에게 많은 영향과 도움을 주고 있는 친구로서, 현재는 MIT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 친구와 친구의 아내가 함께 살고 있는 신혼부부의 공간이지만, 나의 여행을 돕기 위해 거실의 한편을 준비해 주어 이번 여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친구 집 한편에 짐을 두고 약간을 정리를 하다 보니 저녁이 되어 친구 부부와 함께 곧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나섰다. 메뉴는 피자였는데, MIT 캠퍼스 내에 위치한 피자 가게로 친구말에 따르면 오바마 부부가 커플 시절일 때 자주 오던 식당이라고 한다. 친구의 거한 축하 선물(피자와 맥 앤 치즈와 칵테일!)을 받고 나서는 늦은 저녁, 친구가 다니고 있는 학교인 MIT의 캠퍼스 투어를 시작했다.
역시 주말 저녁이어서 그런지 캠퍼스는 한산했다. 덕분에 MIT의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인 Great dome 내부에 들어가 dome 한가운데 서보기도 했고, 평상시였으면 학생들로 북적였을 여러 단과 대학들의 로비를 마음껏 탐험했다.
인상적인 것이라면, MIT에서는 기부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어 여러 단과대학/학과/강의실의 이름이 기부자의 이름으로 지어졌다는 것과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어느 기부자 중 한 명은 특정 대학 또는 학과에 기부하기보다는 익명의 학생들에게 무한정 바나나를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특정 건물의 특정 공간으로 가면 그곳에는 항상 엄청난 바나나가 놓여있는데, 배가 고픈 학생이라면 언제든, 몇 개든 바나나를 가져올 수 있다. 나의 대학생활에 용돈을 전부 소진하고 나면 가장 저렴히 배를 채울 수 있었던 봉구스 밥버거의 1500원짜리 기본 주먹밥을 먹고는 했는데, 최소한 내가 이 학교를 다닌다면 아무리 망해도 봉구스 밥버거보다는 영양학적으로 나은 바나나를 먹음으로써 배가 고플일은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다니며 본 큼직한 건물들 중 대부분은 하나의 단과대학을 대표하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단과대학은 예술과 과학을 융합한 대학이었다. 가끔 뉴스를 보다 보면 ’이런 건 도대체 누가 연구하나?‘ 싶은 연구 주제들을 보고는 하는데, 이 질문의 ‘누가’를 담당하고 있는 학과였다. 내가 본 몇 곳의 연구실에서는 인싸(Social machine)를 연구한다던가, 오페라의 미래를 연구한다던가, 시적 정의(Poetic justice)를 연구하는 곳이 있었는데, 각 학과들이 블록 형식으로 하나의 건물에 모여있는 것도 해당 단과 대학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 MIT Sloan School of Business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을 선택할 즈음부터, Business School에 대한 막연한 목표가 있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도 나의 먼 목표를 조금 더 현실로 만들고 싶어 계획한 것이었기에, MIT의 Business School을 방문한 것은 정말 뜻깊었다. 친구의 ‘모든지 Pass 할 수 있는 학생증’ 덕분에 강의실 내부도 구경할 수 있었고, 궁금한 이곳저곳 모두 돌아볼 수 있었다.
MIT의 경영대학으로써 MBA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이곳의 강의실들은 MIT의 다른 단과대학들과 달리 학생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도록, 그래서 자연스럽게 토론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도록 기획한 모양이었다. 또한 복도의 자판기에서는 파워포인트 스위치라던가, 긴급히 노트북을 빔프로젝터에 연결할 수 있도록 HDMI 케이블을 판매하고 있었다. 역시 발표와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된 대학이라 그런지, 경영을 공부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적화로 맞추어진 공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Harvard University
보스턴에 도착한 둘째 날 또한 주말이라 오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학생들이 없어 한산한 Harvard의 캠퍼스로 향했다. 하버드 건물들의 특징 중 하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학교의 학풍과 답게 예전부터 추구하던 문화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하버드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붉은 벽돌(Crimson색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쩌면 한국의 60년대 지어진 벽돌집 같기도 하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 근처로 가다 보면 어느 구간부터 하버드 대학교 영역인지 뚜렷하게 구분이 가능했다.
오래된 학교이다 보니, 하버드가 생기던 시절 중요하게 여겨진 학부(예를 들면 철학, 문학, 법)는 광장 주변에 오래된 건물들로 옹기종기 모여있었고, 비교적 최근 중요성이 부각된 공과대학은 중앙 광장에서 꽤나 걸어야 만날 수 있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경험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는 하버드 로스쿨에 불법(?)으로 칩입을 했었다는 것인데, 친구의 학생증으로는(MIT-Harvard 제휴로 원한다면 신청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하버드 대학교 건물에 출입이 불가능했지만 운이 좋게 앞사람이 문을 잽싸게 닫지 않는 바람에 옆 출입구로 로스쿨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단 것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라, 호기심이 들어 로스쿨 내부 오바마의 흔적을 찾아보기 위해 이곳저곳 다니던 와중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학생증이 없으면 다른 층으로 가지 못하여 잠시 엘리베이터에 아무런 대비 없이 (심지어 몰래 들어온 것이었는데..) 갇히게 되었단 것이다. 다행히도 엘리베이터 1층을 누르면 해당층은 권한 없이 열리는 구조였는데, 문 열림 버튼을 눌렀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을 때에는 친구와 나 서로 눈을 마주친 후 서로의 공포를 눈빛을 통해 공유했던 것이 참 짜릿하고 재밌었다.
- HBS (Harvard Business School)
친구와 하버드 주변의 BBQ 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어젯밤 MIT의 Business School을 방문한 것에 이어 Harvard의 Business School을 방문하기로 했다. HBS의 위치는 하버드 중앙 광장과 공과대학 등이 모여있는 메인 지역에서 남쪽으로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야 있었는데, 목적지를 통해 가는 길에 새삼 학교의 크기가 거대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HBS는 MIT와 달리 학생의 규모가 엄청났는데 (한 학년에 1000명 이상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건물 크기도 큼직했고, 도서관은 정말 거대했다(유럽의 귀족 성을 보는 느낌이었다). 여기에서도 우연히 앞사람이 들어가는 길을 따라 자연스레 어느 건물에 들어갔는데, 예비 CEO를 배출할 단과 대학이라서 그런지 이들을 미리 대우하듯이 공항 라운지와 호텔의 로비와 같이 생긴 건물이 있었던 것이 인상 깊었다.
같은 Business School인데, 공과대학으로 유명한 MIT에서의 경영대학 모습과 흔히들 미국 최고 대학이라고 일컫는, 그래서 전통적인 경영을 주로 가르치는 하버드의 경영대학의 색깔은 정말 달랐고, 어떤 학교가 나와 가장 fit이 맞을지 참으로 고민이 되었다. MBA 진학에는 각 학교에서 추구하는 정신과 내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번 학교 투어를 통해 인터넷 글이 아닌 직접 분위기를 보며 생각을 해보니 훗날 학교를 선택함에 있어 많은 힌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