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Business School에서의 다짐
- 변기 위에서의 다짐
주말 간 사람 없는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전반적인 건물의 위치와 동선 확인은 모두 끝냈다. 그러고 나서 이번 여행을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Boston의 유명 MBA를 체험해보고자 한다는 것, 드디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월요일이 되었다. 나를 재워준 친구부부와 브런치 식사를 하고 난 뒤 MIT의 Business School인 Sloan MBA의 강의가 진행되는 메인 건물로 당차게 향했다.
하지만 자신 있게 건물에 입장한 것과 달리, 건물에 진입하자마자 나는 급격한 공포에 빠졌다.
아래의 사진은 내가 1층 중앙입구로 들어가고 난 뒤 곧바로 찍은 사진이다. 그랬다.. 주말과는 정말 다르게 (설사가상으로 강의 직후 쉬는 시간인 것으로 보였다) 로비에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사람들 간 대화에서 나오는 에너지 또한 어마어마했다.
사실 아침 일찍 Sloan 건물에 찾아간 것은 미래의 선배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보고자 싶어서였다. 한국에서는 내가 꽤나 외향적인 축에 속하기에 모르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 자신 있었고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 닥치고 나니, 이 많은 사람들 중 (서로 친해 보여 다가가기 더 무서웠다) 대체 누구와 어떤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든 영어로 의사소통을 이어나가는 나지만) 혹시나 내 영어를 잘 못 알아듣지는 않을지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일단 화장실로 향했다. 나만의 공간에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배가 아프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변기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몇 분 간 앉아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난 후 나는 내가 어떤 이유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훗날 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부터 미국에 오기 위해 모았던 여행자금과 연차를 생각하며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내가 살면서 마주할 큰 공포와 두려움에 비하면 이것쯤은 별것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북돋우며 변기 위에서 일어났다.
MIT Sloan 로비 1층 화장실의 변기 위에서 일어나며 앞으로 나는 내게 다가올 공포를 모두 용감하게 이겨내리라 결심했다.
- 입학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어디로..?
미국 여행을 시작하기 이전, 멘토님께서는 학교의 입학과 관련된 정보를 위해서는 각 학교마다 있는 Internaltional Student Lounge로 가보라는 조언을 하셨다. 그래서 MIT에서도 첫 발걸음을 ISL(International Student Lounge)로 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ISL은 주로 학부생을 위한, 그리고 외국인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비자에 대한 문제를 주로 해결해 주는 부서였다.
이러한 정보를 배웠기에, 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곧장 MIT Sloan건물 2층의 Admission desk로 향했다. MIT Sloan은 경영학 단과대학으로, MBA Program도 유명하지만 일반 대학원 과정도 있었다. 이 공간에서는 이러한 과정들에 대한 안내서, MIT Sloan NEWS, Business 관련 잡지 등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었다. 나는 괜히 사무실 내부를 어슬렁 거리다 마주친 선생님께 내가 이곳을 방문하게 된 사정을 말씀드렸고 운이 좋게 입학 담당 선생님과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분으로부터 입학 과정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Campus 투어, 청강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Sloan MBA 강의 청강
내가 이러한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공식 캠퍼스 투어와 더 많은 청강을 해보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 나는 이번 여행을 출발하기 이전 미리 컨택해 놓은 회사 선배가 있었다. 선배는 우리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Sponsorship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위과정 중이었고, 2학년으로써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 캠퍼스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아서인지 나에게 본인이 참가하는 강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나는 이로써 2번의 MIT Sloan 청강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참석한 강의는 ‘System Dynamics’라는 강의였다. 선배 말로는 MIT Sloan 학생들이 꼭 수강하길 원하는 유명한 강의라고 이야기하여 매우 기대가 되었다. 강의가 시작하기 전 강의실을 쭉 둘러보니 인상적인 점이 몇 있었다. 첫 번째는 강의실 구조인데, 보통 한국 초/중/고등학교식 네모 반듯한, 모두가 앞의 선생님만을 바라보는 일방적인 방향의 강의가 아닌, 반원 계단 형태의 어느 위치에서도 강의실 전체가 보이는 구조였다. 경영 대학이라 그런지 수업은 토론식이나 발표식 수업이 많아 이러한 구조를 택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강의 중간중간에도 자연스럽게 질문과 발표를 진행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두 번째는 참석한 학생의 이름표를 본인 자리 앞에 걸어둔다는 것이다(본인 이름표를 학생들이 각자 가지고 다니는 듯했다). 청강을 도와준 선배는 출석체크용이라고 말하긴 했으나, 강의 도중 교수님께서 학생의 이름을 언제든 호명할 수 있다는 점과 하나의 class에 속한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기에 정말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 번 청강을 해서는 앞뒤 수업의 맥락을 모르기에 어떠한 지식을 얻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체크포인트 중 하나는, 지금의 내 실력으로 수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지, 누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여기에서 대답하는 다른 학생들처럼 나도 말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고민해 보았다. 그래도 다행히도 수업의 80% 정도는 이해가 되었고, 영어 실력을 보완하고 용기만 갖는다면 충분히 수업 중 발표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이 학교의 학생이 된다면 하나의 수업에서 한 개 이상의 발표/대답은 꼭 해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 수업이 끝난 이후에는 내가 이 학교의 학생이 된 체험을 하고 싶어 학식을 주문해서 먹었다. Chicken Finger와 콜라였는데 맛이 없었다.(수프도 있었는데 품절이었다)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나중에 이 학교 다니게 되면 집에서 음식을 싸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후회하지 않도록 용감하게,
오전부터 변기 위에서 용기 내느라,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 걸어보느라, Admission desk 가서 질문하느라, 청강하느라 에너지가 정말 많이 쓰였는데, 사실 평일에 이 건물에 꼭 오고 싶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르는 교수님들에게 명함 돌리기였다. 그래서 나는 학식을 먹은 뒤 건물 3~5층에 있는 교수님 실에 올라갔다. 이곳은 아래 로비/수업층과는 다르게 정말 차분하고 조용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몇 있어 혹시나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무서웠는데, 조금 분위기파악을 해보고 나니 이곳에서 연구를 하는 대학원 학생들 같았다.
나는 각 층의 교수님들 사무실에 어떻게 명함을 돌릴지 고민을 하다, 중앙에 각 과목별 담당 교수님의 사무실 위치가 적힌 지도를 발견했다. 이 지도를 발견한 덕분에, 그리고 그 지도에는 각 교수님의 사진과 이름이 있었던 덕분에, 어떻게 이를 시작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모든 방을 다 찾아갈 수도 없었고,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방에 계시지 않았기에 각 과목별 내 마음속의 교수님을 한 분씩 골랐다. 교수님을 선택하는 기준은 얼굴 인상이 좋은가, 이름이 주는 느낌이 친절한가였는데, 훗날 명함을 돌리고 나서 한국에 돌아와 이메일을 보냈을 때, 30% 정도의 교수님들께서 답신을 주신걸 보면 해당 전략이 나쁘지는 않았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명함까지 돌리며 정말 긴 하루를 보낸 나는 내가 낸 용기로 인해 한 층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며 뿌듯하게 친구 부부의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