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연은 소중하다.
다시 만나야 할 운명이라면 어디서든 다시 만나게 될 것
"매니저님!"
길에서 이전 회사 매니저님을 우연히 만났다.
나는 운동 끝나고 올리브영에 들렀다 집에 가는 길이었고, 그녀는 치과 진료를 마치고 올리브영에 들르는 길이었다.
우리가 함께 일하던 센터는 여성, 공예, 장애, 아동 키워드의 예산 삭감을 목표로 한 서울시의 정책에 의해 올해 2월 말로 운영이 종료되며 문을 닫았다.
작년 말에 운영 종료 통보를 받았을 때는 처음엔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며 당황스러웠고, 그다음엔 이건 꿈일 거라며 현실을 부정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위해 왜 내가 회사에서 잘려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있을 때쯤 다른 사람들과 나의 회사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야기를 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가장 속상했던 건 단순히 내가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이 조직의 사람들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그들과의 이별이 너무나 슬펐던 것이라는 것을.
우연히 길에서 만나 먼저 인사해 준 매니저님과 간단히 안부를 주고받고 헤어지며 처음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아무리 같은 구에 산다고 해도 오늘 이 시간 여기서 이렇게 만났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만약 오늘 개인운동을 나가지 않았더라면, 나가더라도 조금 일찍 또는 조금 늦게 갔더라면, 올리브영을 들르지 않았더라면. 이 중 단 하나의 조건만 맞지 않더라도 우리는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건 매니저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치과 진료가 없었더라면, 올리브영을 갈 마음이 없었더라면. 인연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녀와 좋은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먼저 인사해 준 것이라는 안도감이 차올랐다. 정말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꼭 다시 만나야 할 운명이라면 어디서든 다시 만날 것이니 지금의 헤어짐에 너무 슬퍼하지 말고 언제나 함께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연은 소중하다.
이렇게 서로 얼굴도 모른 채 그저 글을 매개로 인연이 닿은 당신과의 만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