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생이시네요:) 목기운이 가을을 만났으니.. 잎사귀가 단풍이 들 때이네요:) 제품, 상품, 서비스를 자꾸 설명하는 걸 하심 성공합니다."
무료로 사주 한 줄을 봐준다는 스레드에 혹해 나의 명리학 기질분석 결과 사진을 올리고 받았던 결과였다.
제가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정말 열심히 이것저것 영업하고 다녔던 내 모습이 하나씩 떠올랐다.
나는 취향이 미적지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우선 싫은 것들을 우선 배제하는 편이다. 고등학생 때는 수학, 과학이 싫어 문과를 선택했다. 그렇게 배제된 직업 중 하나가 영업 사원이었다. 말하는 게 너무 무섭고 싫어서 글에 의지해서 나를 표현하며 살았는데 말로 먹고사는 삶이라니 그건 정말이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이제는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굳게 믿음!) 유럽여행 당시에 사고 싶은 목록 중 지금은 수입되지만 그 당시에는 프랑스에서만 구입 가능했던 쿠스미티가 있었는데 오히려 쿠스미가 목적이었던 나보다 같이 갔던 언니들이 매장에서 한가득 사가지고 나오면서 쿠스미에서 리베이트 받은 거 아니냐는 의혹 아닌 의혹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게 나의 영업에 대한 첫 기억이었다.
좋아하는 것들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경제적 여력이 생기고 나서는 좋아하는 것들을 그것을 좋아할 만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시작했다. 책은 각자만의 고유한 문체 취향이 있어 쉽게 추천하기가 어렵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책들이 나타날 때면 아낌없이 추천하고 선물했다. 나에겐 한정원 작가님의 『시와 산책』 그리고 고명재 시인님의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과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였다.
독서모임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이런 나의 영업력은 자연스럽게 발휘되었다.
좋아하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원모어백과 파피어 프로스트를,
인생 드라마로 언내추럴과 한자와 나오키를,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할 때는 내가 이렇게 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었던가?라고 의문을 품곤 한다.
나는 말하기보다 듣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는데 종종 이런 주제는 나를 넘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게 만들곤 한다.
애정하는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면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는 것 같다.
사랑하는 것들을 많이 품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한껏 사랑할 수 없다면 조금 사랑하면 된다며 여름은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라고 이야기한 한정원 작가님처럼 무언가를 싫어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조금 덜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더 많은 세계를 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