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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Jun 25. 2019

요가, 네 멋대로 하면 몸 상한다.

요가는 제자리 걸음이 아닌 발전을 위한 활동이다.

오늘은 요가 수련에 대해 조금 현실적이고 중요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요가에 대한 글들 중 상당수, 혹은 절대다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요가만 하면 아주 그냥 심신이 정화되고 절대지와 참된 선에 도달하며 넘치는 건강과 활력으로 넘쳐나게 될 것 같은 분위기를 펄펄 풍깁니다. 한때 유행했던 여행 에세이들처럼 말이죠. 왜 있잖아요, 인도에만 가면 잃어버린 나를 찾고 외국 청년들과 몇 마디 인사라도 나누고 나면 인류애를 깨닫고 나와 인류와 우주가 통한다는 그런 분위기, 뭔지 알죠 그죠.


... 하지만 세상에 무슨 일이 그렇게 좋기만 하겠습니까. 그리 좋은 거면 모든 지구인이 그것만 하고 있겠죠. 흐흐흐.




우선, 요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로 흔히 회자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하면 되는 것", "매트 위에만 서면 평화롭고 행복해지는"류의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사실문제는 이것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우선 솔직히, 정말 스스로에게 솔직히, 요가 매트에 서기만 해도 정말 그렇게 마음이 편해지시나요? 부풀려지고 낭만적으로 쓰여진 "체험 수기"들, 즉 남의 이야기들을 마치 스스로의 경험처럼 감정처럼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계신건 아닌가요? 저도 나름 요가를 가까이 한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저는 솔직히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요가를 통해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쉽게들 찾으신다는 건지 궁금하고 그렇습니다. 저는 딱히 그런 줄 모르겠거든요. 제게 요가는 오히려 항상 많은 고민과 끊임없는 질문 및 도전을 주는 운동이고 활동입니다.




요가의 목적은 몸의 긴장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줌으로써 명상 - 혹은 넓게 생각해 일상과 삶 - 에 적합하도록 부드럽고 균형 잡힌 몸으로 만드는 것일 텐데요, 문제는 이 '균형'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귀찮고 까다롭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우리의 몸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불균형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균형이라는 것을 간단하게 왼쪽-오른쪽 수준에서만 생각하더라도, 보통의 경우 우리의 몸은 상당히 삐뚤삐뚤한 상태입니다. 왼쪽 어깨가 좀 더 높다던가 척추가 완곡히 오른쪽으로 좀 휘었다거나... 거기에 앞뒤 위아래까지 합치면 3차원으로 아주 이야기가 복잡하게 됩니다. 어깨는 왼쪽이 높고 목은 약간 앞으로 쏠렸으며 골반이 살짝 틀어져있음과 동시에 엉덩이는 뒤로 좀 빠져있다거나 말이죠. 게다가 몸의 균형-건강 상태는 마음의 균형에도 생각보다 정말 큰 영향을 미치니, 정말이지 상당히 어려운 이야기인 셈이지요. 살면서 생기는 워낙 당연한 일인지라 부끄러울 것도 특이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얏든. 문제는 사실 우리가 운동 - 특히 요가를 선택할 때는, 이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고 비교적 반듯한 몸을 만들어 좀 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기 위한 활동으로서의 요가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잘되는 동작, 혹은 잘되는 방향(좌우 위아래..)은 조금 덜하고, 잘 되지 않는 방향과 힘든 동작은 더 해야 하는 조금 모순된 운동이지요. 잘되는 동작과 방향에만 신나서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선 "어휴 난 이 동작/방향은 잘 안 맞는 것 같아"라고 말하며 얼버무린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몸에 해가 되는 어이없는 결과를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요가복을 입고 매트를 들고 요가원을 다니는 동안에는 잘못된 방식으로 수련을 하더라도 그저 운동 효과에 기분도 좋고 몸도 나른하니 룰루랄라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론 지속될 수 없고, 지속되어서도 안 되는 어둠의 길인 것이지요.


이런 의미에서 요가는 오히려 항상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입니다. 다양한 동작들 속에서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달라져 가는지, 어제와는 어떻게 다르고 좌우는 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는, 꽤나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그분의 가르침을 주의 깊게 듣고 최대한 정확히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결코 낭만적이고 쉽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좋은 수업을 받으며 올바르게 수련을 한다는 가정하에, 요가 수련은 끝없는 도전과 절제, 그리고 다양한 근육통의 길입니다. 가장 기본적이라고 생각했던 자세들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면 새삼 새롭고 어려운 동작으로 다가오게 되고, 생각하지 못한 자극과 근육통들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려운 만큼 보상도 큰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뚤어진 몸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섬세함을 배우고, 몸의 균형과 함께 마음의 균형도 찾아갈 수 있는 좋은 활동이지요. 요가라는 단어 자체에 취해 낭만적이고 추상적인 언어로 포장하며 자뻑에만 빠져있지 않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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