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The Hermit)’
숫자 9.
눈 덮인 산 위, 하얀 수염의 노인이 홀로 서 있다.
그의 손에는 작은 등불 하나,
그 빛은 세상을 환히 비추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한 걸음 앞만을 밝혀준다.
은둔자는 길의 끝에서 멈춘 사람이다.
세상의 소음과 욕망에서 한 걸음 물러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는 왕좌도, 칼도, 화려한 마차도 들지 않는다.
대신 등불 하나와 지팡이 하나,
오직 자신과의 침묵만을 짊어진다.
그 빛은 작지만, 그 안에는
진리를 향한 순수한 탐구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달리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해야 할 일, 보여줘야 할 결과, 누군가의 기대.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아
계속 달리기만 했다.
그런데 문득, 이유도 없이 마음이 지쳐버린 날들이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스럽지 않고,
사람들의 말이 귀에 꽂히지 않는 날.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아무 말도,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고요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은둔자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세상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멈춘 사람이다.
그가 들고 있는 등불은 타인을 비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을 찾기 위한 빛이다.
타로카드 속 은둔자는 ‘내면의 현자’다.
그의 손에 쥔 등불은 진리의 불빛,
그 안의 육각별은 지혜와 깨달음의 상징이다.
그를 지탱하는 지팡이는 오랜 경험에서 얻은 믿음,
그리고 산은 고독 속에서 피어난 통찰을 뜻한다.
은둔자의 회색 망토는
세속적 감정으로부터 벗어난 중립과 평정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욕망도, 감정도 잠시 내려놓고
오직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래서 은둔자의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다.
그는 세상의 답을 찾기보다,
자신 안의 질문을 깊이 들여다본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보다 더 나답게 살고 있는가.’
‘이 길은 내 마음이 진심으로 원하던 길이 맞는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한 번쯤 세상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멈춰서,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묻는 시간.
그 시간은 외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평온과 명확함이 깃든다.
멈춘다는 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나아가기 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은둔자는 길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길의 본질을 다시 찾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의 등불은 세상을 향하지 않지만,
그 빛이 있기에 그는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세상으로 나설 때,
그는 더 단단한 침묵과 더 확실한 방향을 품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세상에 해답을 구하기보다,
당신 자신에게로 향할 때입니다.
사람들의 기대와 비교, 끝없는 바쁨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세요.
은둔자의 등불은 멀리까지 비추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빛은,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자리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멈춰 서 있는 그 시간이
당신을 더 단단한 빛으로 이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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