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만큼은 뜨겁지 않은 삶의 온도
Chapter3. 돈과 삶의 무게
3-3. 사는 게 참 마음 같지 않은 순간들이 찾아올 때
"두 개만 먹어야지."
포장마차에 서서 오뎅을 하나 집어 간장에 찍는 순간,
사는 게 참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 겨울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을 앞에 두고
잔돈을 세어 보는 내 모습이
왠지 모르게 처량하게 느껴졌다.
"예전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나?"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지고 예민해졌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는데,
정작 나조차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자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힘들게 살아가는 이유는,
포장마차에서 오뎅 하나를 사 먹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사는 게 참 마음 같지 않구나."
이 말을 자주 내뱉게 되었다.
힘들 때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아등바등 욕하고, 울고,
혼자 소리 지르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 애쓰지 않는 삶을 선택했다.
그러자 그럭저럭 살아졌다.
그렇게도 살아지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많은 돈을 벌어 원하는 대로 다 하며 살고 싶었는데,
막상 몸이 바빠지니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좀 편하게 살아야겠다고 일을 줄이면
금전적인 부족함에 조급해졌다.
다시 돈을 찾아 일을 하게 되는 삶.
그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다.
생각대로 살다 보니, 생각만큼 되지 않는구나.
20대 초반, 오뎅 한 그릇의 가격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비용이었다.
20대 중반, 하루의 피로를 달래는 위안의 가격이 되었다.
20대 후반, 내 삶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되었다.
그리고 30대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오뎅 국물 속에 비친 내 모습처럼,
세상 모든 것이 흐릿하고 불분명할 때가 있다는 것을.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다짐했다.
"힘 빼고 살자."
"살다 보면 무언가 되겠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보자."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다 보니
마음만큼은 편안해졌다.
살아지는 대로 살다 보니
또 마음같이 이뤄지는 것들도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대 초반, 돈이 없을 때는
"배고픔을 해결할 정도만 있으면 된다."
20대 중반, 돈이 부족할 때는
"돈을 아끼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
20대 후반, 돈이 필요할 때는
"필요한 만큼은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30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돈이란 결국
마음 같지 않고,
그런대로 살아지고,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면
어느새 채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포장마차 앞에서
지갑 속 잔돈을 세어 보며
오뎅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삶.
남들이 뭐라 하건,
그 순간 "이 또한 내가 이뤄낸 작은 행복이구나."
그렇게 느낄 수 있다면,
지금 나는 돈으로부터
충분히 자유롭고,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인생은 때로 오뎅 국물처럼 뜨겁고,
때로는 겨울바람처럼 차갑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따뜻함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우리가 계획하는 동안 일어나는 것이다."
— 존 레넌(John Lennon)
"가장 소박한 것 속에 가장 위대한 것이 있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