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른의 돈

돈을 쥐어보면 내 그릇을 알 수 있다

by JAY


Chapter3. 돈과 삶의 무게
3-2. 어른의 돈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성인이 된 후,
나는 돈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 한 몸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으면 좋지만, 부족하지만 않아도 죽지는 않는다.
이 단순한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20대 초반, 학생 때는
집에서 용돈을 받으며 생활했다.
돈이 부족하면 노가다, 택배, 아르바이트 등
소일거리를 하며 필요한 만큼을 채웠다.


그러나 20대 중반이 되어갈 즈음,
나는 내가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내가 무엇을 하면 보다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는지 깨달았다.


그때부터는 ‘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자신 있는 일들을 선택했다.


먹고 싶은 건 다 먹고,
놀고 싶은 대로 다 놀아도
생활비가 남을 정도로 넉넉한 삶.
잠깐이지만, 분수에 맞지 않은 호사를 누린 적이 있었다.


"내 인생이 일찍이 풀리는구나.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그렇게 자신만만해질 때쯤,
문제는 시작되었다.


일이 줄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장 잔고도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내 수입은 프로젝트성 수익이었다.
한 프로젝트가 시작될 즈음에 몰아서 돈이 들어왔고,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다음 기회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도 나는 일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 믿었고,
돈이 끊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오만과 나태함이 부른 결과였다.


돈이 있을 때,
그 돈이 영원할 거라는 착각.
그 착각이 오랫동안 나를 지배했고,
돈에 대한 욕심과 불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단순히 일이 끊기고,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이 분야에서는 돈을 잘 벌던 사람인데."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사람이 아닌데."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이런 기분일까?"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다가
갑자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적은 돈을 버는 현실.


그 괴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 후,
내 삶은 보통의 20대와 다르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겉으로는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았지만,
속으로는 현실을 부정했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말했다.


"이게 나의 그릇이야."
"지금 위치한 내 자리가 현실이야."


그리고 마침내,
과거가 지워지고,
돈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은 순간이 찾아왔다.


그때 나는 다시,
20대 초반과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 있었다.


"많으면 좋지만, 부족하지만 않아도 된다."


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을
정확한 금액으로 환산해 보니,


"난 월 70만 원만 있으면 살 수 있어."


그 순간, 돈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되었다.


"돈을 쥐어보면 내 그릇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돈을 놓을 줄 아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다."
— 독일 속담


"당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더 많이 가지게 되더라도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 영화 《월스트리트》 중

keyword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