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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난 그토록 이 사회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인지

by JAY


Chapter4. 방황
4-1. 왜 난 그토록 이 사회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었을까



"나는 왜 남들처럼 살지 못할까."


20대를 마감하며,
나 스스로 가진 문제의 이유를 찾기 위해
수없이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일과 사회가
어떻게 나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정리해보았다.


경력과 경험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돈을 잘 버는 사람도 달랐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착각은
오래전에 산산조각이 났다.


좋은 경력 혹은 많은 경력이
좋은 경험 혹은 많은 경험이 아니란 사실도 깨달았다.


나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회사에서
수십 배의 매출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개인으로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일해보기도 했으며,
스타트업에서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누군가와 함께 일해본 적도 있다.


내가 만족할 만한 급여를 받으며 일해보기도 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직급에서 일해보기도 했으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신입 사원으로 시작해보기도 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하는 경력이었다.


하지만 운이 나빴던 건지,
기대가 컸던 건지,
내가 원했던 상황들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사회라는 곳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어린 나이라는 이유로
사회가 내던지는 모진 발길질에 상처 입었다.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거짓말을 하며 일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할 말이 늘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지만,
사회는 더 많은 경력을 요구했고
더 가혹한 조건들을 내밀었다.


마치 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나 입지를 다지자
사람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나의 이용 가치는 높아졌고,
스스로도 달라진 환경을 체감했다.


그러나 그러한 삶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 모든 게 부질없는 허울이고, 허상일 뿐이구나."


그 사실을 깨닫자,
나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내가 남들처럼 살지 못했던 이유,
남들처럼 살 수 없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이상향이 있었고,
그 이상향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향 자체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불합리한 일들은
결국 한 개인의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


그 이기심이 욕망을 만들고,
그 욕망이 또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킨다.


그리고 희생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나 역시 그중 한 명의 자발적 희생자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나는 나 자신을 속이지 못했다.


남들처럼 살고 싶어 일을 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집으로 돌아와 웅크린 나 자신만이 남아 있었다.


"옳다고 믿으면 다 옳아질까?"


옳다고 믿는다고 해서
모든 일이 옳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데?"


수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수없이 합리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삶의 이유만을 더 깊이 찾게 되었다.


방황에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방황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때로는 길을 잃는 것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방황이다.
방황하는 동안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다."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때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가야 할 길을 찾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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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