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으아리 Jun 03. 2024

으아리 꽃이 왔다


으아리 꽃이 왔다



아직은 어둠이 옅게 앉아 있는 

허연 새벽



똑 똑 똑

창문을 열어 달란다.

누굴까

조심스레 발걸음을 준다.


그건 반가운 손님

꽃들의 음성

서로 먼저 안아 달라 아우성이다 



으아리 인동초 장미꽃

그리고

애기똥풀 꽃 

거기에 낯선 들꽃까지



그중에

내 마음을 

가져간 건 너  

으아리 꽃



오는 길 잊지 않고

맞게 잘 찾아와 주었네. 


부르면 닳아 사라질까봐

이름마저 아껴 부르고 싶은 꽃    



얼굴은 작지만

어찌나 

살 냄새가 매혹적이고 황홀한지  

난 그만  

너의 그 매력에 나를 내어주고 만다.



찬이슬 머리에 이고 

밤새 살갗을 긁어모았네.



그 이름도

얼굴만큼이나

사랑스런 순백의 꽃 으아리



행여  

바람이 살 냄새 쓸어갈까  

조바심에



어둠 보낸 허연 새벽 

찬이슬 털어가며


성난 바람

달래어 먼 길 안고 오느라

얼굴이 백지장 되어버렸네


내 사랑 으아리 꽃


난 오늘밤도 

내 안에 시끄러운 마음을 밀어내고



베갯잇 속에 두고 간 

너의 살 냄새를 삼키며

한 모금에 취하고

두 모금엔

너와 함께 너를 닮은 임 만나러

잠 속으로 들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