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내꺼
하늘을 본다.
옥색 물감 곱게
풀어놓은 듯
예쁜 하늘을
보고 싶은
엄니의 얼굴을 닮은 흰 구름이
나를 내려다보는 하늘
쪽진 머리에
아주까리기름 곱게 발라
삐져나온 머리카락 한 올 없이
짱짱하게 잡아주던
울 엄니 비녀 색 옥색의 그 하늘을
하늘은
세상에서
제일 큰 도화지
구름이 하늘에 앉아
맘대로 기분 온 대로
엄니의 얼굴을
예쁘게 조금 덜 예쁘게
그렸다 지웠다 하며
공간을 채워 간다.
하늘은
구름이 그려낸
엄니의 얼굴을 닮은 구름을 받아
아주 잠깐씩
살짝 살짝 보여주곤
등 뒤로 얼른 숨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얼굴부자 하늘
어제는
화난 아버지의 얼굴 먹구름을
오늘은
박속처럼 뽀얀 엄니의 얼굴을 닮은
흰 구름을
아마도
내일은 젖살 오른
통통한 아가의
얼굴을 닮은 뭉게구름과
그리고
늘씬하고 가벼운
친구를 닮은 새털구름을
보여주겠지
하늘을 보자
꿈속에서나 보자 했던
보고 싶은 얼굴들이
거기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