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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언 Jun 04. 2024

하늘

하늘은 내꺼



하늘을 본다.

옥색 물감 곱게 

풀어놓은 듯

예쁜 하늘을



보고 싶은

엄니의 얼굴을 닮은 흰 구름이

나를 내려다보는 하늘



쪽진 머리에 

아주까리기름 곱게 발라     

삐져나온 머리카락 한 올 없이

짱짱하게 잡아주던 

울 엄니 비녀 색 옥색의 그 하늘을    



하늘은

세상에서

제일 큰 도화지 



구름이 하늘에 앉아

맘대로 기분 온 대로

엄니의 얼굴을

예쁘게 조금 덜 예쁘게  

그렸다 지웠다 하며 

공간을 채워 간다.



하늘은

구름이 그려낸

엄니의 얼굴을 닮은 구름을 받아 



아주 잠깐씩

살짝 살짝 보여주곤

등 뒤로 얼른 숨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얼굴부자 하늘



어제는

화난 아버지의 얼굴 먹구름을 


오늘은

박속처럼 뽀얀 엄니의 얼굴을 닮은

흰 구름을  


아마도 

내일은 젖살 오른

통통한 아가의

얼굴을 닮은 뭉게구름과


그리고 

늘씬하고 가벼운 

친구를 닮은 새털구름을

보여주겠지


하늘을 보자


꿈속에서나 보자 했던

보고 싶은 얼굴들이

거기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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