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둠이 옅게 앉아 있는
허연 새벽
똑 똑 똑
창문을 열어 달란다.
누굴까
조심스레 발걸음을 준다.
그건 반가운 손님
꽃들의 음성
서로 먼저 안아 달라 아우성이다
으아리 인동초 장미꽃
그리고
애기똥풀 꽃
거기에 낯선 들꽃까지
그중에
내 마음을
가져간 건 너
으아리 꽃
오는 길 잊지 않고
맞게 잘 찾아와 주었네.
부르면 닳아 사라질까봐
이름마저 아껴 부르고 싶은 꽃
얼굴은 작지만
어찌나
살 냄새가 매혹적이고 황홀한지
난 그만
너의 그 매력에 나를 내어주고 만다.
찬이슬 머리에 이고
밤새 살갗을 긁어모았네.
그 이름도
얼굴만큼이나
사랑스런 순백의 꽃 으아리
행여
바람이 살 냄새 쓸어갈까
조바심에
어둠 보낸 허연 새벽
찬이슬 털어가며
성난 바람
달래어 먼 길 안고 오느라
얼굴이 백지장 되어버렸네
내 사랑 으아리 꽃
난 오늘밤도
내 안에 시끄러운 마음을 밀어내고
베갯잇 속에 두고 간
너의 살 냄새를 삼키며
한 모금에 취하고
두 모금엔
너와 함께 너를 닮은 임 만나러
잠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