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으아리 Jul 19. 2024

어머니의 노래

동그란 그리움

비 오는 날이면

셀 수 없는

수많은 빗방울만큼이나

튕겨 스며드는 그리움


들이키다

지쳐 떨어진다.


어김없이 내 안으로

그림자 되어

따라 들어오는 

동그란 그리움 하나 

어머니!


박속같은 뽀얀

속살에 

동그란 얼굴 당신  


비가 오면

버릇처럼 하는 일


한오백년을 감칠맛 나게

부르시며   

옷장정리를 하셨던 


생전 당신의 

삶이 지칠 때


만만하게 불러대며

답답함을 토해내던

노동요이자

한 풀이였던

어머니의 노래

한오백년


그건 내 어머니


고백합니다.

눈치를 채셨나요?


그토록 아끼시던 딸


어느새 당신

나이가 되어

한오백년을 

부르고 있는 걸


당신만큼 세련되게

부르지는 못 합니다


그건

당신의 한 보다 

흐리기 때문일 겁니다


유독 깔끔하셨던 당신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로

끝맺음하며 머 언 산을

한동안 응시 하시던 어머니


오늘따라

많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동그라미가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처럼

당신을 향한 

그리움도

커져만 갑니다.


그 맘 달래려 빗물로

밧줄놀이를 합니다. 




김서린 뽀얀 유리창에

동그란 그리움을

묶어 놓습니다.


이 비가 그쳐도

가지 못하게 


비가 오면 

난 당신이 

되어 갑니다.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부정할 수 없는

당신의 딸 맞습니다.


허공에 품어내며

감히 당신 흉내 

내어 보지만

어림없습니다.




어느새

옷장을 연 

손길이 바빠진다.


동그란 그리움을 

차곡차곡 개키어

줄 세워

옷장서랍 안에

가지런히 뉘 인다. 

작가의 이전글 하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