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그리움
비 오는 날이면
셀 수 없는
수많은 빗방울만큼이나
튕겨 스며드는 그리움
들이키다
지쳐 떨어진다.
어김없이 내 안으로
그림자 되어
따라 들어오는
동그란 그리움 하나
어머니!
박속같은 뽀얀
속살에
동그란 얼굴 당신
비가 오면
버릇처럼 하는 일
한오백년을 감칠맛 나게
부르시며
옷장정리를 하셨던
생전 당신의
삶이 지칠 때
만만하게 불러대며
답답함을 토해내던
노동요이자
한 풀이였던
어머니의 노래
한오백년
그건 내 어머니
고백합니다.
눈치를 채셨나요?
그토록 아끼시던 딸
어느새 당신
나이가 되어
한오백년을
부르고 있는 걸
당신만큼 세련되게
부르지는 못 합니다
그건
당신의 한 보다
흐리기 때문일 겁니다
유독 깔끔하셨던 당신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로
끝맺음하며 머 언 산을
한동안 응시 하시던 어머니
오늘따라
많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동그라미가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처럼
당신을 향한
그리움도
커져만 갑니다.
그 맘 달래려 빗물로
밧줄놀이를 합니다.
김서린 뽀얀 유리창에
동그란 그리움을
묶어 놓습니다.
이 비가 그쳐도
가지 못하게
비가 오면
난 당신이
되어 갑니다.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부정할 수 없는
당신의 딸 맞습니다.
허공에 품어내며
감히 당신 흉내
내어 보지만
어림없습니다.
어느새
옷장을 연
손길이 바빠진다.
동그란 그리움을
차곡차곡 개키어
줄 세워
옷장서랍 안에
가지런히 뉘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