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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언 Sep 23. 2024

딥블루 추억을

딥블루 추억을


지중해는 알고 있다.

여행이 늘 그렇듯

떠날땐 설렘의 배웅 받으며

신나 가지만

돌아올땐 매번 아쉬움에

디뎠던 발자국 마다마다

회색빛 마음을 잔뜩 묻어두고 온다.

이번 지중해크루즈 가족여행도...


금쪽같은 주어진 시간이

꿈처럼 왔다 바람처럼 가버렸다


잠시 빌려 썼던 아가들의

귀한 명품시간도

한톨의 그림자도 없이

다 써버린 아쉬운 시간 뒤로하고


이젠 일상으로 돌려보내야할 

또 다른 시간

갓 지은 따끈따끈한 추억 넣어

식지 않도록 촘촘히 싸매어 보내마.


많이 행복했다

슬퍼서도 눈물이지만

행복해서도 눈물이더라.  


가족이라도 다 알 수 없는 걸

여행을 계기로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던

애틋했던 시간들


아가들이 어른이였고

오히려 내가 아가가 되었던

짧지만 굵었던 행복했던 시간들


아가들 세심한 보살핌에 편한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맙던지

시원시원하게 통역까지 해 주니

그 또한 많이 신통했다


이젠 맘 놓을란다 

눈을 감더라도 맘편할만큼

또 걱정 안해도 될만큼

몸만큼이나 마음도 커진 아가들


지중해에 심어놓은 

반짝이는 아름다운 수많은

추억씨앗들

성난 파도가 와 삼켜도  

그 속에서 꽃되어 피어나리.


일상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

풀었던 짐을 다시 담는다.

입었던 옷가지 사이사이에

또 하나의 만든 역사 추억을

켜켜이 접어 끼워 넣지만

여기저기서 삐져나온다.

포화상태

공간부족이란다

추억부자 되어 돌아간다.


몽당 연필심처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져 시간이 아파할 때마다

아쉬움은 커져만 갔고


매순간순간이 그래서 더 소중했고

함께했던 한톨의 먼지마져도 

털어내고 싶지 않았다.


자고 나서 아침에 눈을 뜨면

또 다른 나라에 와 있고...

크루즈여행의 매력은 

차고도 넘쳤다


아마도 한동안은 

지중해 추억 되새김질 놀이에

일상이 행복할 듯


이 행복 달아나지 못하게

딥블루 추억에 보태어

겹으로 싸맵니다.


나 이만큼 행복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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