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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언 Sep 25. 2024

가을편지

가을편지


이 가을에 자목련이 피려고

조렇게 맘먹고 있네요

여름에도 피더니...


이건 또 뭐래요

가을햇살이 

빼꼬미 고개를 내밀어

아침을 밀어 올릴 무렵

놀람의 소식 가을편지

네 통을 받았지요.


여름에 왔던 사랑이 

또 찾아 왔다구요

길 잃은 사랑이구요

늦사랑이구요


어쩌자는 건지요.

지금 오시면 함께할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안 오니만 못 합니다


가을빛이 이사랑 

속살을 볼 수 있도록 

후한 마음을 줄지...


벌써부터 짧아질 사랑생각에

이 맘 타들어 갑니다

성질 급한 겨울이 불쑥

뛰쳐나오면 그것도 안될 일


조석으로 바람이 한기를

실어 나르고 살을 오므라들게 하여

캐시미어 카디건으로 난 몸을 감쌉니다. 


자색빛 이사랑 맨살에 스카프가 

웬 말이래요 

아슬아슬합니다

용기 있는 사랑이 아니라구요

위험한 사랑입니다 

잊을만하면 지각생으로 출현


고운 단풍에 님사랑 뺏길라 조바심에

머언 봄을 기다리기에

어려웠나요? 


가을아! 부탁한다.

이사랑 속살 볼 수 있도록

며칠만이라도

한기를 멈춰줄 것을


그리고 기다리고 있을 

겨울에게도

며칠만 더디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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