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이 가을에 자목련이 피려고
조렇게 맘먹고 있네요
여름에도 피더니...
이건 또 뭐래요
가을햇살이
빼꼬미 고개를 내밀어
아침을 밀어 올릴 무렵
놀람의 소식 가을편지
네 통을 받았지요.
여름에 왔던 사랑이
또 찾아 왔다구요
길 잃은 사랑이구요
늦사랑이구요
어쩌자는 건지요.
지금 오시면 함께할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안 오니만 못 합니다
가을빛이 이사랑
속살을 볼 수 있도록
후한 마음을 줄지...
벌써부터 짧아질 사랑생각에
이 맘 타들어 갑니다
성질 급한 겨울이 불쑥
뛰쳐나오면 그것도 안될 일
조석으로 바람이 한기를
실어 나르고 살을 오므라들게 하여
캐시미어 카디건으로 난 몸을 감쌉니다.
자색빛 이사랑 맨살에 스카프가
웬 말이래요
아슬아슬합니다
용기 있는 사랑이 아니라구요
위험한 사랑입니다
잊을만하면 지각생으로 출현
고운 단풍에 님사랑 뺏길라 조바심에
머언 봄을 기다리기에
어려웠나요?
가을아! 부탁한다.
이사랑 속살 볼 수 있도록
며칠만이라도
한기를 멈춰줄 것을
그리고 기다리고 있을
겨울에게도
며칠만 더디 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