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줍기
바쁜 아침에
흘리고 다니는 기억 줍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법석.
진짜기억과 가짜기억을
모아 놓고 즐겁지 않은
술래잡기를 한다.
황금 같은 시간을 뺏긴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주워지는 것도 아니다
스트레스 주범
“어디다 뒀더라.
여기도 아니고, 저긴가?”
긴가 민가 하여
가보면 엉터리
가짜기억은 이리저리
나를 데리고 다니며 가지고 논다
요즘 들어 부쩍 기억의
한계치를 경험한다.
시도 때도 없이 두려움을 준다.
도대체 어디다 두었는지
방금 있었던 상황인데도
돌아서면 그 잘난 기억은
딴 세상에 놀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
잦은 기억의 외출로
머릿속이 하얘지는 일들이 다반사
다행인건 대부분은 외박이 아닌
잠깐 외출로 마무리된다는 거에 감사...
이렇듯 걱정하는 치매는
아니라니 안심은 되나
스트레스인건 분명하다
기억이 나를 시험할 때
이 같은 두려움에
한없이 작아지는 마음
어느 날
현관문비번을 잃어버려
새벽녘 몸을 집안에
들이지 못 하고 추위와 두려움에
떨었던 일
죄 없는 머리채만 움켜쥐고
기억을 토해보라며
어르고 달래며 닦달을 해도
그 입 다물고만...
끝내 제삼자 기억 승리에
자존심 바닥에 떨어졌던
내 기억의 슬픈 과거
휴대폰과 숨박꼭질은
날마다 진행형
이젠 모든 걸 기록에 의존한다.
집안 행사며 아이들 나이, 생일 등 ...
기록 없는 일상은
육신 멀쩡한 바보가 될 듯
생각하기 싫은 일
소란 아닌 참한
일상을 돌려받고 싶다
아! 옛 날이여.